"김동주가 단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키플레이어다".
주포이자 3루수로서 활약상을 동시에 뽐내야 하는, 자부심 강한 선수에게 더없이 중요한 순간이다. '두목곰' 김동주(34. 두산 베어스)가 중심타자와 3루수로서 맹활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시즌 김동주는 여러 부상 속에서도 110경기에 출장해 2할9푼5리 20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2004시즌 이후 밀어치기에도 집중하는 4번 타자로 활약했던 김동주는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으나 4년 연속 3할 타율에는 실패했고 득점권 타율 또한 2할1푼9리로 예년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특히 29일부터 벌어지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는 김동주의 야구 인생에 커다란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심타자의 존재감 발휘는 물론 3루 수비로도 팀에 공헌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주가 종아리 부상 등으로 인해 지명타자로 이동하며 3루를 꿰찼던 이원석은 오른손 중지 골절상에서 아직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다. 송구와 직결되는 부위를 부상당한 이원석의 상태를 감안하면 김동주의 3루 복귀는 두산이 전력 최대화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때문에 김 감독은 "김동주를 3루수로 기용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키플레이어를 묻는 질문에 김 감독이 전혀 고민하지 않고 "김동주"를 호명한 데에는 공-수에서 모두 공헌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이 담겼다.
사실 3루 자리는 김동주에게 자존심과도 같다. 지난해 극심한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송구에서 어려움을 비췄던 김동주에 대해 시즌 막판 1루 전향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동주는 1루 전향 대신 3루수로서 자존심 회복에 더욱 힘을 기울였다.
실제로 그는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정규 훈련이 끝난 후 김광수 수석코치의 펑고를 받으며 수비 특훈을 자청하기도 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연신 타구를 잡아내는 데 집중했던 김동주는 "이렇게 해야하니까"라는 말로 3루 자리를 결코 쉽게 내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내게 힘을 불어넣는 주위 사람들이 있다. 특히 데뷔 초기 날 지도한 송재박 코치께서 올 시즌 1군으로 복귀해 힘을 많이 불어 넣어주신다.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 만큼 내 위력을 제대로 떨치고 싶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김동주에게 관심을 갖던 일본 구단들은 "수비 중심이 높다. 천부적 야구센스를 지니고 있으나 기본기보다 그에 의존하는 수비를 펼치는 인상이 짙다"라며 평가절하했다. 완벽한 주포로의 이미지 구축을 모토로 삼았으나 저평가로 인해 말 못할 상처를 입었던 김동주인만큼 스스로를 위해 3루 자리에 설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더없이 중요하다.
'3루수 김동주' 카드는 현재 팀의 차선책이 아니라 팀과 선수 본인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일거양득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더욱 뜨거운 열정을 품고 '팀 우승'에 목표를 집중한 김동주의 글러브에 시선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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