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혹한 스릴러, 피튀기는 액션이 한동안 극장가를 휩쓸었다. 어느 누구도 죽지 않는 영화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그야말로 피바다였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영화들에 관객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일까. 추석을 기점으로 코미디 영화들이 관객을 모으기 시작했고, 코믹 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앞두면서 관객들에게 잔혹한 피 대신 웃음바다를 만들 기세다.
코믹 바람에 불을 지핀 것은 ‘시라노;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16일 개봉한 ‘시라노’는 누적관객수는 142만 6144명을 동원하며,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개봉 전부터 유로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탄 ‘시라노’는 개봉 후까지 이어지는 관객들이 호평과 높은 평점 덕분에 추석연휴 쟁쟁한 다른 영화들을 제치고 우위를 점했다. 특히 잔혹한 스릴러와 액션 영화가 판치는 극장가에 오랜만에 탄탄한 스토리와 잔잔한 웃음,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붐을 일으키며 웰메이드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뒤를 이어 ‘방가?방가!’와 ‘노르웨이의 숲’, ‘불량남녀’, ‘페스티벌’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에서 확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한 배우 김인권이 12년만에 첫 주연으로 나선 ‘방가?방가!’는 웃음과 감동을 함께 전할 휴먼 코미디다.
5년 넘게 백수 생활을 해오던 방태식(김인권 분)이 취업을 위해 부탄인 ‘방가’로 변신한 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 이 영화는 ‘충무로 코믹 감초’로 유명한 김인권과 떠오르는 애드리브 대가 김정태가 영화의 재미를 배가 시켜준다. 여기에 동남아 노동자들과 청년실업 등 사회이슈들을 적절하게 조합해 마지막 여운까지 남긴다.
정경호가 주연을 맡은 ‘노르웨이의 숲’은 외딴 숲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하루를 담은 코믹물.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 숲을 찾은 두 남자는 구덩이를 파는 도중 감쪽 같이 사라진 시체를 찾기 위해 나선다. 그러다 숲에 있던 다른 인물들이 하나둘 죽음을 맞으면서 영화는 무시무시한 공포 스릴러로 변하는 듯 하지만 결국 이를 코믹으로 맛깔지게 풀어낸다.
대한민국 코믹 본좌로 불리는 임창정과 최근 코믹본능을 불사르고 있는 엄지원이 주연을 맡은 ‘불량남녀’ 역시 기본에 충실한 코미디 영화.
그동안 ‘색즉시공’ ‘위대한 유산’ ‘청담보살’ 등 셀 수 없이 많은 영화에서 코믹연기의 절정을 보여준 임창정이 6천8백만 원에 달하는 빚을 신 신용불량 형사로 나온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성격 때문에 친구의 빚 보증 한번 잘못 섰다가 거액의 빚을 떠안게 된 것. 덕분에 독촉 전문 카드사 상담원 엄지원으로 부터 그칠 줄 모르는 빚 독촉을 받게 되고 이를 시작으로 두 사람의 본격적인 코믹혈투극을 벌인다.
이해영 감독의 ‘페스티벌’은 한국형 섹시코미디. 신하균과 엄지원, 성동일과 심혜진, 류승범과 백진희 등 각각 개성 강한 배우들이 커플을 이뤄 평범한 소시민들이 억누르고 감춰둬야만 했던 성적 취향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섹시코미디라는 장르도 그렇거니와 각 커플들이 만들어내는 개성강한 코믹 연기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bong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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