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의 날카로운 눈으로
전문저거 과학 지식‧상상력 발휘
파국 앞둔 인간의 암투‧갈등 묘사

'이브를 찾아서'
최영|234쪽|에세이퍼블리싱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바이러스가 있다. 스스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 그 내성이 점차로 강해져 어떤 항생제에도 저항할 수 있게 된 병원균이다. 이미 1961년 영국에서, 1996년 일본에서 보고됐지만 점점 더 강해진 내성력으로 얼마 전 다시 등장했다. ‘슈퍼박테리아’다. 지난해 신종플루의 공포감을 되살릴만한 위력에 세계 의학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슈퍼결핵에도 생겼다. 결핵 치료에 중요한 약제에 내성이 생긴 내성이 생긴 결핵균의 발생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병원체의 출현을 예고하는 소설이나 영화는 더러 있었지만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언제든 다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이 상황에 대한 예고편에 해당하는 소설이 또 한 권 출간됐다. 신예작가 최영이 낸 과학추리(SF) 분야 첫 장편소설인 책은 멀지 않은 미래에 치료는 고사하고 본성조차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바이러스에 대해 경고한다.
‘바이러스X’로 명명된 그 문제의 바이러스는 여성의 생식세포를 공격해 임신을 불가능하게 신종이다.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늘 기대치를 넘어선다. 빠른 속도로 기습해온 바이러스X는 결국 열 달만에 전 지구를 출산율 제로, 불임의 땅으로 만들었다.
세계 각국은 이에 바이러스X의 항체를 보유한 여성을 찾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이 잡듯이 뒤지는 ‘이브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그렇게 10여년이 흐르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임신 능력이 없고 지능이 떨어지는 여성 복제인간을 대안으로 세우기에 이른다. 그러나 복제인간의 한계도 이내 드러나고 만다. 몇몇 독감 바이러스에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던 거다. 좌절한 인류들은 스스로 ‘라스트 맨’이 되어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고 떠들어댄다. 그 요동 속에 어느 날 한반도 서쪽의 무인도 ‘노아의 섬’에서 이브로 추정되는 젊은 여인이 목도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소설에는 23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으며 작가가 쌓아온 전문적인 과학지식과 인문학적 상상력이 동원됐다. SF란 외형을 걷어내면 인간욕망의 응결체인 세습을 둘러싼 암투가 보이고, 자유를 통제하려 드는 권력을 사이에 둔 인간본능의 갈등이 읽힌다. 바이러스X는 파국을 앞둔 인간들을 시험하는 가장 위험하고 진지한 매개체로 던져졌다.
장면의 전환이 마치 영화의 그것처럼 전개되는 구성을 갖췄다. 빠른 진전에 패러디와 상징들을 유추해가는 재미도 독특하다.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진화생물학의 최신이론이 다뤄졌고 여기서 파생된 가까운 미래에 대한 그림들이 독특한 프레임을 갖췄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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