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 싫었다".
'에이스'는 역시 달랐다. 밤새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았지만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 선발 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의지와 책임감은 40도가 넘는 고열보다 더 높았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투수 송승준(30)이 '에이스의 힘'을 보여줬다. 송승준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8피안타 4사사구 4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4-4 동점이던 6회 강영식에게 공을 넘겨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바뀐 투수 강영식이 고영민에게 역전 적시타를 맞아 5실점째가 되면서 패전 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5-5 동점이던 9회초 전준우가 결승 솔로 홈런을 날리며 팀이 10-5로 승리했다. 비록 송승준은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롯데가 역전승을 거둔 숨은 MVP임에는 틀림 없었다.
경기 전 로이스터 감독은 "나도 송승준이 얼마만큼 던져줄 지 모르겠다"며 송승준의 몸상태를 걱정했다. 그러나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의 밤샘 간호 덕분이었을까. 송승준은 투혼을 보였다.
경기 후 송승준도 "감기는 아니었고 편도선염이었다. 경기 전에 컨디션은 나름 괜찮았다. 사람들이 나의 건강 상태를 놓고 많이 우려했다. 그러나 경기에서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 싫었다"고 말했다.
송승준은 "오늘은 직구, 커브, 포크볼을 골고루 던졌다"고 밝혔다. 송승준이 말한 커브는 정확히 말하면 오른손 검지를 구부려 실밥에 걸쳐 던지는 너클 커브다. 1회 송승준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2km에 불과했다. 주무기인 포크볼도 127km가 스피드건에 찍혔고, 낙차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120km 너클 커브의 각도가 매우 좋아 초반 고비를 잘 넘어갔다.
하지만 경기 중반 경기 중반 위기를 맞았다. 송승준은 롯데가 2-0으로 앞선 4회말 2사 후 김동주에게 안타를 맞고 이성열과 양의지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손시헌에게 2타점 적시타와 임재철에게 역전타까지 맞으며 송승준은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위기 순간 투혼을 발휘해 빠른 직구를 구사하며 구석에서 벗어났다.
5회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다행히 실점은 하지 않았다. 1사 후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주고 2사 1루에서 김동주에게 좌월 2루타를 맞고 2,3루 위기를 맞았다. 이 순간 송승준은 이성열에게 주무기인 포크볼 대신 141km 바깥쪽 높은 직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그러나 정신력도, 체력도 6회까지가 한계였다. 송승준은 6회말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2사 2루에서 임재철에게 1타점 돔점 우전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록 송승준은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그의 공을 넘겨 받은 로이스터 감독은 송승준에게 아쉬움보다 대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에이스'를 격려했다. 송승준도 "며칠 동안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다. 시즌 때 보다 맘에 들지 않는다"며 강한 자신의 투구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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