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예비거포' 김강, "형들 이름값을 해야 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09.30 07: 51

"아니, 쟤는 누구야?"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한마디가 송곳처럼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욱 이를 악 물었다. 한화 4년차 내야수 김강(22)은 이처럼 아직 유명하지 않은 선수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 2007년 데뷔 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청소년대표 4번 타자 출신으로 일발 장타력을 갖춘 거포로 평가받았지만 1군 무대는 멀고도 좁았다. 하지만 조금씩 김강은 긴 터널에서 벗어나 희망의 빛을 보고 있다.
2년 연속 최하위로 올해를 마친 한화에게 시즌 막판 소득은 김강의 재발견이다. 지난 1일 엔트리 확대에 맞춰 1군 무대에 발을 밟은 김강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14경기에서 24타수 10안타, 타율 4할1푼7리 4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특히 마지막 6경기에서 연속안타를 때려내며 15타수 8안타로 타율 5할3푼3리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간의 설움을 모두 씻어내버리는 화끈한 방망이쇼였다.

김강은 "형들의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강의 포지션인 1루에는 장성호와 김태완이라는 거대한 벽이 자리하고 있다. 이전에는 김태균이라는 거목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오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8경기 8타석이 김강에게 주어진 기회의 전부였다. 지난해에는 그 짧은 기간에서도 6타수 3안타를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2군 남부리그에서는 가장 많은 홈런(14개)을 쳐냈다.
김강은 "나는 무명이다. 팬들이 보기에는 '왜 저런 선수가 나왔지'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김강처럼 어린 선수에게는 때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강은 "이제는 여유가 조금 생겼다. 예전에도 가끔 1군에 올라왔지만 지금은 긴장하지 않고 열심히 한 만큼 즐기려는 마음이다. 1년씩 커리어가 쌓이다 보니 생각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2군에 있었던 김강에게는 한 달 남짓한 올해가 1군에서 가장 많이 머무른 시간이다. 김강은 "2군이든 1군이든 똑같다고 본다. 결국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올해 그는 작은 기회를 잡았고, 순위가 갈린 시즌 막판이었지만 주전 1루수로 선발출장하는 기회도 몇 차례 잡았다. 김강은 "부모님께서 웃으면서 하라고 하시는데 얼굴이 많이 얼어있던 모양이다.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웃었다.
김강의 등번호는 52번이다. 일본으로 떠난 김태균이 달았던 그 번호. 김강은 "이걸로 안 좋은 얘기도 많이 들었다"며 "원래 등번호가 96번이었는데 한대화 감독님이 부임하고 오셨을 때 '왜 내 번호보다 높냐'고 농담하셨다. 마침 태균이 형이 나가 비어있던 52번을 달았다"며 52번을 물려받게 된 사연을 밝혔다. 장성호와 김태완이라는 선배들의 이름값뿐만 아니라 김태균이 남기고 간 등번호값도 김강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됐는지도 모른다.
거포를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장종훈 타격코치도 김강에게 자신있는 스윙을 강조하고 있다. 189cm, 89kg이라는 탄탄한 체격조건을 활용한 장타가 단연 발군이기 때문이다. 김강은 "지난해 2군에서부터 장 코치님이랑 함께 하고 있다. 코치님께서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풀스윙하면서 자기 스윙을 하라고 강조하신다"고 했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김강에 대해 장성호와 포지션이 겹친다. 본인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중심타자 김태완이 내년 시즌 군입대로 빠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김강에게도 적잖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잠재력을 증명하는데 성공한 김강의 내년 시즌이 기다려진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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