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충무로의 화두는 코미디의 부활이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이후 한국영화계는 주먹 날리고 피 튀는 액션 스릴러 장르에 흠뻑 젖어들었고 흥행 성공도 대부분 이들의 몫이었기 때문. '추격자'의 뒤를 이은 '세븐 데이즈' '의형제'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그러나 올 가을 잔뜩 움추리고 있던 코미디가 큰 웃음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의 표심을 자극하는 중이다. '조폭 마누라'와 '두사부일체' 등 시리즈로 대박 흥행을 터뜨렸던 조폭 코미디와는 또다른 재치와 센스 만점의 수작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첫번째 주자가 올 추석 대목시장에서 선두를 달린 엄태웅 이민정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고 두번째 주자는 30일 막을 올리는 감동 코미디 '방가 방가'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높은 완성도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관객 입소문으로 흥행 동력을 높였다는 사실이다.

개봉전 조용히 출발했던 '시라노'는 개봉 2주차부터 쭉쭉 선두로 나서기 시작해 한국영화 대작 '무적자'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지던트 이블4', 애니메이션 '슈퍼배드'와 '마루밑 아리에티' 등을 눌렀다.
그리고 또 한 편의 코미디 '방가방가'는 '시라노'와 같은 듯 완전히 다른 코미디 입소문의 주인공이다. 일단 '방가방가'는 그동안 충무로에서 연기력은 최고지만 출연료나 지명도에서 B급 대우를 받던 김인권이 원톱 주연으로 나서고 역시 숨은 연기파로 손꼽히는 김정태가 뒤를 받친 영화다. 엄태웅-이민정-최다니엘-박신혜-박철민 라인의 '시라노'보다 출연진급에서 훨씬 뒤처진다.
여기에 '시라노'가 정통 로맨틱 코미지를 지향해 은근하고 아련한 미소를 선사하는 반면에 '달마야 놀자' 육상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방가방가'는 시종일관 배꼽 잡는 큰 웃음을 끌어내는 정통 코미디 방식을 택했다.
길은 달라도 목표는 같았고 임무 수행은 100% 달성됐다. '시라노'가 탄탄대로를 달리는 중이고 '방가방가'도 언론 시사회 후 입소문에 탄력이 붙자 5만명 시사를 단행하는 등 자신감을 표출했다. 결과적으로 '방가방가'는 각종 포탈과 영화 사이트에서 기대작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런 '방가방가'의 1등 공신은 단연 김인권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더 이상 거칠게 없는 악동으로 인상깊은 역할을 펼쳤던 그는 이후 수많은 출연작에서 매번 감초같은 조연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이름 보다 얼굴로 알려졌던 그가 그나마 스타 대열에 이름을 올린 건 천만관객 영화 '해운대'에서의 맹활약 덕분. 주연 설경구에 못지않는 활기찬 연기로 '해운대'의 코믹 코드를 도맡으면서 대중적 지명도를 높였다.
올 가을, 아직 충무로에서 B급 대접을 받는 김인권이 출연료에서 자신의 몇 배 이상씩을 받는 초특급 스타들을 물리치고 흥행 청신호를 받을 지에 영화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mcgwire@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