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1만 5000석 규모의 전용구장이 있었으면...".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 29일 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2010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한지호의 결승골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부산은 6년 만에 FA컵 우승컵에 도전하게 됐다.
또한 이는 황선홍 부산 감독의 지도자 데뷔 첫 우승컵 도전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으로 계약 3년 차인 황 감독은 부임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채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 만큼 동기 부여도 확실하게 되는 상황.

황 감독에게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는 지난해에 있었다. 리그 컵대회 결승에 진출했던 것. 당시 부산은 포항 스틸러스를 만나 1차전서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2차전서 1-5 대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내줘야만 했다.
황 감독은 이에 대해 "결승전이었던 만큼 수비 지향적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선수들이 위축될까봐 도전전으로 나갔다가 오히려 당하게 됐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올해는 다르다"며 "충분히 냉정하게 맞설 것이다"고 답했다.
또 황 감독은 준결승 승리시 세리머니에 대해 "평소에 구단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는데 너무 조용하다"며 "그래서 활성화 차원에서 세리머니를 하기로 했는데 너무 커졌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팬들을 위한 행사인만큼 기꺼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황 감독은 약속대로 경기 후 옷을 갈아 입은 뒤 팬들이 보는 앞에서 수 차례 일명 '황새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안타까움도 있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을 본 황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가 서울로 경기를 하러 가서 관중이 좀 오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모두 경기를 보러 집에 계신 모양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장 위치도 (사직야구장에 비해 도로에서) 좀 멀리 있는 편인데, 차라리 1만 5000석의 전용구장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대답을 했다.
이에 부산 관계자들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종합운동장역에서 축구와 농구, 야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내리지만 선수단을 홍보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실제 종합운동장역에는 벽면에 야구와 농구 선수들이 홍보되고 있지만 축구와 관련된 홍보물은 없었다.
황 감독의 말처럼 '야구의 도시' 부산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아시아드주경기장처럼 매우 큰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황 감독의 말처럼 1만 5000석 정도의 아기자기한 축구전용구장에서 관중과 선수들이 같이 호흡하는 구장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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