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연기하는 코미디언 되고싶다"(인터뷰)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09.30 09: 37

“연기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 코믹 연기가 편하고, 그 연기를 할 때 사람들이 좋아해준다. 결국 관객들이 찾아주는 연기를 해야하기에 연기하는 코미디언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배우 인생 12년 만에 주연배우 자리에 이름을 꿰찬 배우 김인권은 스스로를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알았다. 숱한 조연 끝에 주연배우로 올라섰지만 결코 우쭐하지 않았다. 지금도 스스로를 “주인공 친구 전문 배우”라고 칭하는 그다.
코미디 영화 ‘방가?방가!’에서 김인권은 5년째 만년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방태식’으로 분했다. 동남아삘(?) 외모로 부탄인 ‘방가’로 변신한 김인권은 두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폭탄 웃음을 전하고 마지막에는 진한 감동까지 안긴다.

동남아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영화 속에서 부탄인 ‘방가’를 연기하는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역할이기에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그 인물이 되려면 확실히 충남 출생의 방태식이 되고, 그 후 방가가 되야했다. 베이스를 확실히 깔아야한다. 방가가 되기 전단계의 인물을 잡는 게 급선무였다. 결론적으로 방태식은 감독님(육상효) 본인이었다고 얘기해 감독님을 그대로 카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때는 감독님과 지내는 시간이 워낙 많아 방태식을 표현하기도 방가를 연기하는 방태식을 표현하는 데 편해졌다.”
그러나 정작 배우 김인권은 영화를 찍는 내내 웃을 수만은 없었다. 스스로를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동남아친구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관찰자”였다고 평가한 김인권은 “외국인 여성 노동자의 엉덩이를 만자고, 버스에서 처음 본 학생들에게 무시당하고, 휴일에 남아서 일하고, 못알아듣는 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 것 들은 관객들을 웃기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김인권은 어느 때 보다 진지했다. “연기할 때뿐만 아니라 리딩할 때 조차 울컥했을 정도다. 동남아 노동자들과 함께 촬영을 해보니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친구들이다. 그 분들은 한국의 손님이다. 영화에서 유추할 수 있 듯 고국의 가족이 있다. 돈을 벌어 가족에게 보내는 가족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똑같은 사람인데 한국 사회에서 밑으로 취급받는 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이런 영화를 코미디로 만들어야하는 자체가 반성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인권의 말처럼 영화 ‘방가?방가!’에는 동남아 노동자 인권 문제, 청년 실업 문제 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문제들이 등장하지만 그리 무겁지않다. 아니 오히려 웃다가 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를 정도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김인권 때문이다.
외모에서부터 풍겨나오는 부탄인 ‘방가’ 김인권은 그 자체로 웃음 폭탄이다. ‘방가?방가!’에 캐스팅된 일순위로 당연지사 ‘외모’를 꼽은 김인권은 “영화에서 ‘네 얼굴 가지고 한국에서는 안돼’라는 대사가 있는 데 너무 공감했다. 내가 신인시절,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많이 듣는 외모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출연했던 영화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 ‘방가?방가!’로 코믹 연기의 절정을 보여준 김인권이지만, 이미 관객과 충무로 관계자들 중 김인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영화 ‘해운대’에서 어리바리한 날건달 오동춘으로 분해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 김인권은 천만배우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스스로 ‘코믹배우’라고 불리는 데 어떻게 생각할까.
“어릴 적부터 성향이 코미디를 좋아했다. 그것과 지금 연기를 하는데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코미디를 좋아했고, 어릴 때 교회에서 연극을 하고, 대학 때 워크샵을 가서 사회를 봐도 사람들이 그렇게 웃었다. 사실 진지하고 센 역할도 많이 했는데 코미디가 가장 많이 인정을 받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해운대’ 하고 나서는 더욱 확실해졌다. 코미디를 하는 게 맞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연기를 하는 코미디언이고 싶다.”
마지막으로 김인권은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전했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가감없이 해달라”고. 이번 영화가 흥행을 떠나서 이 사회가 한 단계 올라가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있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bongjy@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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