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첫 판을 내줬다. 두산 베어스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허망하게 내줬다. 8회까지 팽팽하게 맞섰지만 9회 홈런 한 방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정규시즌 좋지 않던 흐름을 끊지 못했다는 평가다.
두산의 강점으로 여겼던 요소가 모두 약점으로 돌변했다. 수비에서 균열이 생겼다. 2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가르시아를 병살타로 잡아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히메네스의 예상치 못한 폭투가 나왔다. 포수 양의지의 실책성에 가까웠다. 주지 않아도 될 실점. 곧바로 전준우에게 적시타를 맞고 실점했다. 주루 플레이에서도 미스를 범해 번번이 맥이 끊어졌다.
또 4번과 6번에 배치된 최준석과 이성열의 스윙도 아쉬웠다. 친정팀을 상대한 최준석은 삼진 2개에 6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났다. 이성열은 4회 볼넷을 골라 동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세 타석에서는 큰 스윙으로 약점을 노출했다.

투수 운용도 도마에 올랐다. 히메네스를 좀더 길게 끌고 가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이현승 대신 정재훈이 먼저 나왔다는 점도 결과론적으로 패착이 됐다.
결국 2차전에서는 선발 김선우의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불펜진 약화로 되도록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현승이 있지만 시즌 후반 큰 믿음을 주지 못했다. 짧은 이닝은 가능하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모습이었다.
정재훈은 전날 32개를 던져 2차전에서는 긴 이닝을 책임지는데 무리가 따른다. 게다가 전날 등판한 임태훈의 부진도 걸림돌이다. 임태훈은 밀어내기 포함 세 명의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고 수비에서도 실책을 범했다. 두산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앞으로 박빙승부에서 임태훈에게 좀처럼 믿음을 주기가 힘들어졌다.
김선우는 올 시즌 세 차례 롯데와 마주했다. 세 번 모두 잠실구장이었다. 첫 경기였던 4월 17일(6이닝 1실점)과 두 번째 8월 4일(7이닝 2실점)에는 퀄리티스타트로 롯데 타선을 침묵시켰다. 무엇보다 6이닝 이상을 소화해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그러나 무릎 통증이 심해진 지난 11일에는 2⅓이닝만에 무려 8실점한 후 마운드를 내려서야 했다. 좋지 않았던 기억 속에서 롯데 타선을 맞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두산으로서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일단 보여줄 수 있는 나쁜 모습을 한 경기를 통해 모두 보여줬다. 다시 말해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1차전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선수들이 심기일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도 있다.
여기에 하위타선의 분전이다. 양의지, 손시헌, 임재철 3명이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양의지는 비록 수비에서 몇차례 실수가 보였으나 공격에서는 안타를 쳐내 자신감을 찾았다. 김경문 감독의 든든한 지원도 받고 있다. 손시헌과 임재철 역시 적시타를 때려냈다.
부진에 허덕이던 고영민도 비록 부러진 방망이였지만 6회 역전 적시타를 쳐내 슬럼프 탈출 계기를 마련했다.
두산으로서는 일단 분위기 반전 계기만 잡으면 된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리버스 스윕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자신감도 지니고 있다. 특히 12개의 안타를 쳐 11개를 친 롯데 타선에 방망이에서 밀리지 않는 만큼 마운드와 수비의 안정만 되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여유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2차전 선발로 나서는 김선우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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