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사구가 그냥 웃겼어요. 저도 자존심이 있어서 꼭 이기고 싶었습니다".
발목 부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빅보이' 이대호(28, 롯데 자이언츠)는 충분히 강했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이대호가 결승 3점포를 쏘아 올리며 잠실구장에 "대호, 대호"가 울려 퍼지게 했다.

이대호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1 동점이던 연장 10회초 1사 1,2루에서 두산 구원 투수 정재훈을 상대로 좌중월 3점포를 쏘아 올리며 팀을 4-1 승리로 이끌었다. 이대호의 한방 덕분에 롯데는 11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게 됐다.
경기 후 이대호는 "고의 사구는 자존심이 상했다. 고의 사구 상황에 대해서 너무 웃겼다"고 말한 뒤 "내가 치든 성환이형이 치든 누가 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두산의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 두산은 연장 10회초 1사 2루에서 이날 2안타를 치며 매서운 타격감을 선보인 3번 조성환을 고의사구로 거르고 홈런타자 이대호와 과감한 승부를 펼쳤다. 이대호가 이날 4타수 무안타에 그쳤기 때문이다.
두산의 역발상 작전에 대기 타석에 있던 이대호는 잠시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이내 배트 안쪽에 송진을 짙게 바르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듯 했다. 타석으로 걸어가는 동안 양쪽에 끼고 있던 장갑을 다시금 풀어 질끈 동여맸다. 그리고 이대호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가벼운 코웃음을 지었다.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초구 볼을 골라낸 뒤 2구째 좌측 폴대 근처의 커다란 홈런성 파울 타구를 날리며 타격감을 조율한 뒤 3구째 포크볼(124km)를 통타해 극적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자신과 승부를 위해 앞선 타자 조성환을 고의 사구로 골라낸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이대호의 자존심을 건 홈런포였다.
이대호는 "홈런친 공은 노렸던 공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제 삼진을 당했기 때문에 삼진은 안 먹으려고 했다. 몸은 정상은 아니다. 진통제를 먹고 있지만 할 만 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발목이 정상이 아니라서 수비 연습은 전혀 못했다. 하나도 못했다. 그런데 수비가 잘 돼서 수비 요정 뿐 아니라 좋은 별명을 많이 받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다른 현 결과에 대해 "선수들 모두 작년에는 긴장이 풀렸다. 올해는 더 집중하자고 했다"며 "부산에 내려가서 빨리 끝내고 쉬고서 플레이오프를 하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대호는 올 시즌 127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6푼4리 174안타 44홈런 133타점 99득점 장타율 6할6푼7리 출루율 4할4푼4리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7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공격 7관왕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란 것을 이대호는 호쾌한 한방으로 증명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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