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롯데 불펜이 불안요소라 했는가.
두산과의 2010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던 롯데에게는 몇 가지 불안요소가 있었다. 하나는 불안한 수비였고, 또 하나는 불안하기 짝이 없어 보이던 불펜이었다. 올해 롯데의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7위(5.19)였고 세이브(21개)도 가장 적은 팀이었다. 올 시즌 내내 고정된 마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후반기에 우리 불펜 투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때 그때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올리면 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자신감은 틀리지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이 꺼내든 불펜 카드가 1·2차전에서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1차전에서는 김사율(30), 2차전에서는 임경완(35)이라는 카드를 밀어붙여 승리를 낚은 것이다. 1·2차전에서 각각 전준우와 이대호의 홈런이 결정적인 장면으로 남았지만, 그들의 홈런 이전에 김사율과 임경완의 빛나는 역투가 있었다. 두 투수의 역투가 없었더라면 전준우와 이대호의 홈런도 의미를 잃을 수 있었다.

김사율과 임경완은 안 그래도 허약한 롯데 불펜에서도 믿음을 얻지 못하는 투수들이었다. 지난 1999년 송승준·백차승과 함께 부산경남 고교투수 빅3로 불리며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김사율은 만년 유망주에서 어느덧 나이가 찬 중견투수가 되어버렸다. 임경완은 2008년 마무리 보직을 받은 후 심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며 든든한 셋업맨에서 세익스피어 못지않은 비극을 쓴 작가로 전락했다.
하지만 롯데는 기다렸다. 입단 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그저 그런 투수가 된 김사율을 기다렸으며 2008년의 부진으로 심적고통을 겪은 임경완도 믿고 쓰며 천사로 탈바꿈시켰다. 벼랑끝으로 내몰린 두 투수는 로이스터 감독이 강조하는 두려움 없는 야구를 마운드에서 실천했다. 김사율은 8타자 중 6타자를 초구 스트라이크로 잡는 공격적 피칭을 펼쳤고, 임경완도 2경기에서 던진 50개의 공 가운데 70%에 달하는 35개를 거침없이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1차전에서 김사율은 2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2차전에서 임경완은 3⅔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투구를 과시했다. 김사율의 자신감 넘치는 공격적인 피칭은 두산 타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임경완의 낮게 제구된 공은 6개의 아웃카운트를 땅볼로 잡을 수 있게끔 만들었다. 결과는 두 투수 모두 데뷔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라는 달콤함으로 맺어졌다. 롯데 불펜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하고 있는데 김사율과 임경완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롯데 마운드 한구석의 불편한 기억이었던 두 투수. 2010년 가을, 두 투수는 마운드의 중심에 서 있다. 롯데 불펜은 기다림의 선물을 이제야 받았다. 두 투수가 있는 한, 누구도 롯데의 불펜을 만만히 볼 수 없다. 이제 그들은 든든한 '믿을 맨'으로 자리매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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