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서 던지지 마".
KIA 아킬리노 로페즈의 재계약 조건이 흥미롭다. KIA는 로페즈와 내년 시즌 재계약을 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두 가지 페널티 조항이 붙었다. 고향에서 윈터리그에 참가하지 말고 내년 시즌 덕아웃 분풀이 금지이다.
KIA는 올 시즌 로페즈가 구위가 안좋은 것은 작년 시즌 많은 이닝(190⅓)을 소화한데다 한국시리즈까지 던졌기 떼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겨울 고향 도미니카에서 쉬지 않고 경기에 참가한 점도 이유라고 파악했다.

그래서 계약 부대조건으로 윈터리그 불참을 제시했다. 내년에는 2009시즌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조건 휴식을 취하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해야 된다는 것이다. KIA는 로페즈가 어깨를 잘 보전한다면 내년 시즌 15승 투수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시즌 로페즈는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작년 14승을 따냈고 한국시리즈 2승으로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전반기 1승에 그칠 정도로 구위가 떨어졌다. 전반기를 끝난 시점에서는 재계약 여부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3승을 따낸데다 7번의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했다. 부진속에서도 160이닝을 소화하고 구위를 되찾자 생각이 달라졌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높게 평가했고 재계약으로 선회하게 됐다. 10승도 가능했지만 타선과 불펜지원을 받지 못한 점도 인정했다.
KIA는 이참에 덕아웃과 그라운드에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금지시키기로 했다. 아예 계약서에 페널티 조항을 집어넣기로 했다. 자신의 승리를 놓치거나 동료들의 실수가 나오면 민망할 정도로 불손한 행동을 해 비판을 받았고 500만 원의 자체 벌금까지 추징당했다.
로페즈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내년에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며 수용했다. 사상 초유의 윈터리그 참가 금지와 분풀이 금지 조건을 받게 된 것이다. 과연 악동 로페즈가 2011시즌에는 잘 던지는 순한 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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