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이겼어야 비로소 잘 던졌다고 할 수 있는 법이다".
호투를 펼치고 승리를 얻지 못했음에도 그는 의연하게 동료들의 다음 경기를 기대했다. '써니' 김선우(33. 두산 베어스)가 아쉬움에 빠져있기보다 다시 한 번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올 시즌 13승을 올리며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확정지은 김선우는 지난 9월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102개(스트라이크 62개, 볼 40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3개)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한 뒤 8회 레스 왈론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최고구속은 145km로 평소보다 3km 가량 낮았으나 운영 능력은 빼어났다. 김선우의 호투에도 불구, 팀은 연장 10회 이대호에게 결승 좌월 스리런을 내주며 1-4로 패했다.
아쉬움이 그득했던 모양이다. 김선우는 1일 원정지 부산으로 떠나기 전 "오랜만에 7회까지, 그것도 포스트시즌에서 그렇게 던졌는데 참 아쉽더라. 팀이 이겼어야 하는 데 그 모습조차 못 봐서 더욱 아쉬웠다"라며 2차전 팀의 패배를 곱씹었다.
경기 후 선발 맞상대가 된 라이언 사도스키는 김선우에 대해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김선우를 알고 있었다. 이전부터 존경하던 투수였고 2차전 투구 또한 존경할 만 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선우에게 사도스키의 이야기를 전하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샌프란시스코 트리플 A시절 '더블 A에서 잘 던지는 투수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 친구가 사도스키였다. 사도스키가 국내 무대를 밟은 후에는 부산 원정 시에도 만나서 야구와 관련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도 분명 좋은 투수다".(웃음)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이미 2번의 패배를 맛보았다. 지난해 SK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희생양으로 삼아 2연패 후 3연승의 리버스 스윕을 성공시킨 바 있으나 아직 준플레이오프에서 그 전례가 나온 적은 없다. 김선우는 결과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야구의 힘을 믿었다.
"아직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 동료들은 충분히 힘을 갖춘 선수들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더 지켜봐달라".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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