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을 들었다가 내리는 과정에서 양 다리가 크로스되어 힘도 집중되지 않을 뿐더러 쓸데없는 잔동작이 된다. 그러니 몸쪽 빠른 공을 공략하는 데 어려울 수 밖에".
클린업 트리오의 선두가 되는 타자의 부진에 팀은 2연패로 비틀거렸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4경기서 5할3푼8리(13타수 7안타) 2홈런 3타점의 고감도 타격을 자랑했던 '타격 기계' 김현수(22. 두산 베어스)가 2경기 연속 무안타의 아쉬움을 끊을 것인가.

올 시즌 "최악의 시즌"이라면서도 3할1푼7리 24홈런 89타점을 올리며 타선의 한 축 역할을 해낸 김현수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서 8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 9월 29일 1차전에서는 2볼넷 출루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이튿날 30일에는 출루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김현수의 2010시즌은 '고민'으로 점철되었다. 시즌 전부터 4번 타자로 낙점받았던 김현수는 타순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정확성과 장타력 양 면에서 지난해 대비 동반하락하고 말았다.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한 김현수를 위해 김경문 감독은 다시 그를 3번 타순에 기용했고 일단 3년 연속 3할 타율로 체면치레를 했다. 그 과정에서 타격폼의 변화도 있었다.
80년대 프로야구 '원조 대도'로 활약했던 김일권 본지 객원 해설위원은 김현수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를 지켜보며 "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이 오히려 히팅 타이밍을 늦추고 있는 것 같다"라는 쓴소리를 던졌다. 자연스러운 중심이동 타격을 위한 김현수의 타격폼이지만 김 위원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 김현수의 팀 선배 김동주의 예를 들며 군더더기 동작이 없는 동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3년 연속 3할을 기록한 타자인 만큼 타격폼을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김현수의 현재 타격폼이 자신의 몸쪽으로 향하는 견제성 공을 공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가사와라를 보라. 방망이를 뉘였다가 공을 마중나가는 스타일이지만 방망이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잔동작은 없다. 그 짧은 동작에서 힘을 제대로 집중시켜 제 위력을 발휘하는 타격이다. 김동주 또한 좋은 타구가 나올 때 스윙 시작과 공을 때려내는 과정에서는 군더더기 동작 없이 그대로 휘두른다".
올 시즌 김현수의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2할1푼 대에 그친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김 위원은 또 하나의 이야기를 꺼냈다. 양 다리의 축이 겹쳐져 제 힘을 100% 발휘하기 힘든 상황에서 타격에 나서기 때문에 좋은 타구 양산이 어렵다는 이야기. 국내 최고 좌타자로의 성장 과정을 걷는 김현수인만큼 '대도'의 쓴소리에는 선수에 대한 애정도 숨어있었다.
"이승엽(요미우리)이 안 좋을 때의 타격폼을 보면 오른발을 들었다가 내리는 과정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아 헛스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특히 왼손투수가 몸쪽으로 빠르게 공을 붙이면 그 타이밍에 확실히 대처할 수 있을까. 김현수의 경우도 그에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송재박 타격코치는 김현수에 대해 "몸 동작이 무거워 대처동작 또한 느리다.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경문 감독 또한 송 코치와 뜻을 같이 했고 결과는 8타수 무안타로 이어지고 있다. 컨디션 부조에 현재 타격폼까지 문제시되어 김 위원의 쓴소리가 연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3년 연속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3할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은 김현수의 실력에 의심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야구에 대한 커다란 열망을 갖고 있어 더 나은 발전을 꾀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 시즌 후반기 "내년을 담보로 이상적인 타격폼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던 김현수가 타이밍 싸움의 최종 승자로 우뚝 설 수 있을지 또한 3차전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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