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뚝심 속 변화는 1~2차전의 화제가 됐다. 그렇다면 3차전은 김경문 두산 감독의 과감한 승부기질이 돋보였다. 김 감독의 과감한 승부는 2연패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두산의 기사회생으로 이어졌다. 과감함과 무리수의 경계선을 넘나든 김 감독의 아슬아슬한 벼랑 끝 승부수가 승리라는 결과를 낳으면서 준플레이오프도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변화였다. 3차전에서 고영민·최준석·양의지 등 주전선수 3명을 무더기로 제외시키며 정수빈·용덕한·이원석 등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발로 기용하지 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승부수를 내던졌다. 정수빈·용덕한은 타격에서 기대를 크게 밑돌았지만, 이원석은 2안타를 치는 등 공수 양면에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김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주전에서 빠졌던 양의지도 대수비로 나와 안타를 하나 치고 김주찬의 도루를 저지하는 등 한층 타이트해진 모습으로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부동의 리드오프였던 이종욱을 3번 타순으로 옮긴 것도 들어맞았다. 이종욱은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타자 중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기대대로 이종욱은 1회 첫 타석부터 깨끗한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더니 4회에는 추격의 불씨를 당긴 솔로 홈런을 작렬시키며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3차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팀 내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선수를 꽉 막힌 중심 타순에 배치함으로써 타선의 중심을 잡아 응집력을 끌어올리게끔 만들었다.

레스 왈론드를 두 번째 투수로 전격 투입한 것도 벼랑 끝 승부였다. 홍상삼이 5회 급격하게 흔들리자 김 감독은 4차전 선발로 생각했던 왈론드를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왈론드는 3⅔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이라는 놀라운 피칭으로 구원승을 따내며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왈론드를 당겨 씀으로써 4차전 선발에 공백이 생겼지만 3차전을 지면 끝이라는 절박함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는 적중했다.
이종욱의 솔로포에 이어 상대의 사사구와 실책에 편승해 3-2 역전에 성공한 4회 1사 1·2루에서 포수 용덕한에게 스리번트를 지시한 것도 압권이었다. 용덕한은 1·2구에서 연속으로 번트를 대지 못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3구째에도 번트를 지시했고 결국 용덕한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자칫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지만 후속 이원석의 적시타가 터지며 팀 전체에 자극을 주는 충격 요법으로 먹혀들었다. 1·2차전에서 무리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 감독의 승부수가 남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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