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1승의 한방이었을까. 아니면 준플레이오프 전체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는 것이었을까. 두산 이종욱(30)의 대포 한 방이 정반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3회말까지 분명 롯데의 분위기였다. 1회 김주찬의 안타, 손아섭의 2루타 후 곧바로 조성환의 우측 담장 맞히는 적시 2루타가 작렬, 리드에 나섰다.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미 2연승을 거둔 롯데였다. 시즌 분위기를 고스란히 포스트시즌으로 연결했다. 특히 연승을 거두는 과정이 극적이었던 만큼 롯데는 좀처럼 두산에 분위기를 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롯데는 남은 여섯 개의 이닝만 잘 마무리하면 11년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게 된다.
하지만 두산의 이종욱이 있었다. 이날 이종욱은 중심타선인 3번에 포진됐다. 1차전과 2차전에서 리드오프로 나서 각각 멀티히트를 쳐내 두산의 공격력을 이끌었지만 득점권에서 번번이 돌아서야 했던 두산 타선의 갑갑함을 해소하기 위한 김경문 두산 감독의 고육지책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1회 우전안타를 쳐 포스트시즌 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이종욱은 0-2로 뒤진 4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대포를 쏘아올렸다. 3경기 연속 멀티히트. 팀으로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첫 홈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7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이후 3년만에 터뜨린 포스트시즌 홈런이었다.

이는 1회와 2회 연속 병살타로 득점 찬스를 놓치면서 분위기가 침울해진 벤치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왔다. 김현수, 김동주 등 거포가 아닌 이종욱이었기에 제법 충격이 전해졌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때까지 호투를 펼치던 선발 이재곤을 비롯한 롯데 선수들까지 한꺼번에 흔들었다.
이후 이재곤은 볼넷 2개, 몸에 맞는 볼 1개에 폭투까지 기록했다. 무사 만루를 자초한 이재곤은 손시헌을 3루 땅볼로 유도해내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3루수 이대호의 실책이 나왔다. 발목 부상에도 3루수로 출장, '수비요정'으로까지 불렸던 이대호였다. 하지만 역동작으로 잡으려던 볼은 글러브를 맞고 튀고 말았다. 최소 병살타가 역전의 빌미가 된 것이었다. 준플레이오프 전부터 우려했던 부분이 실제로 터져 나온 것이었다.
대거 5점을 내면서 전세를 역전시킨 두산은 5회 손시헌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추가, 사실상 승부를 굳혔다. 물론 롯데의 반격은 거셌다. 전준우의 5회 홈런포로 시작해 손아섭의 희생플라이, 조성환의 내야안타에 이은 실책까지 나오면서 돌연 1점차 승부로 바뀌었고 다시 물꼬를 돌리려 애를 썼다. 하지만 롯데는 더 이상 두산과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종욱의 홈런에 관중석도 한동안 조용해졌다. 그 때까지 사실상 롯데의 축제 분위기였던 경기장이 어느새 조용하게 경기에 몰입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된 이종욱은 "선발 이재곤이 낮게 떨어지는 공을 많이 던져 올려 치려고 했는데 연습했던대로 잘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선수들끼리 3연패하면 보기 안 좋고 한 번 끌고 가자는 분위기 덕분에 이겼다"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한 이종욱은 "원래 3번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타순에 상관없이 타석마다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종욱의 홈런이 흐름을 뒤집는데 빛을 발할 수 있을지 3일 경기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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