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두산을 살린 건 결정적인 호수비들이었다.
두산의 대반격이 무섭다. 두산은 3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11-4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4차전에서 몇차례나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놀라운 호수비로 고비를 넘겼다. 강팀의 저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첫 번째 호수비는 1-0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4회 나왔다. 상황은 2사 만루. 타격감이 좋은 조성환의 배트에 공이 걸려들었다.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쪼갤 것처럼 보였다. 그순간 2루수 오재원이 글러브를 뻗었다. 글러브를 끌어서 공을 걷어낸 후 재빨리 2루 베이스의 유격수 손시헌에게 토스했다.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으로 발빠른 1루 주자 김주찬이 그대로 아웃됐다. '고제트' 고영민을 연상시키는 '오제트' 수비였다.
오재원의 호수비 이후 5회 1점을 추가하며 2-0으로 달아난 두산. 두 번째 호수비는 5회 만들어졌다. 선두타자 이대호의 볼넷과 홍성흔의 중전안타로 무사 1·2루 쫓기는 상황에서 카림 가르시아가 날카로운 중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2루 주자 이대호는 '두려움 없는' 야구를 실천하고자 거구를 이끌고 홈으로 쇄도했다. 중견수 이종욱이 작심하고 송구한 공은 원바운드돼 적당한 높이에서 포수 용덕한이 낚아챘다. 용덕한의 확실한 블로킹에 이대호는 그대로 자연 태그로 아웃됐다.
세 번째 호수비는 7회 결정적인 순간에 이뤄졌다. 가르시아의 몸에 맞는 볼, 전준우의 안타로 허용한 1사 1·2루 위기. 타석에는 전 타석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강민호였다. 볼카운트 1-1에서 고창성의 3구를 받은 포수 용덕한의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전준우가 1루 리드폭을 크게 잡은 것을 놓치지 않고, 레이저빔으로 1루 송구했다. 1루수 오재원이 받아 글러브로 태그아웃시켰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거세게 항의했지만 전준우의 손이 오재원의 발에 걸려 아웃이 된 상황이었다. 계속된 2사만루 위기에서 김주찬의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한 손시헌도 부진을 씻고 경기 내내 특유의 안정감있는 수비로 투수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3차전에서 예기치 못한 수비실책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3경기에서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했다. 4차례 실책 모두 실점으로 연결돼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가야 했다. 하지만 4차전만큼은 실책이 하나도 없는 데다, 결정적인 호수비로 수 차례의 위기를 잘 넘기며 수비의 힘을 과시했다. 최종 5차전에서도 두산의 수비는 투수들에게 든든한 보험이 될 듯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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