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4차전] 로이스터도 인정한 '강심장' 정수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03 18: 56

"이런 것이 바로 노피어다".
'적장'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도 승패를 떠나 인정했다. '2년차 아기곰' 두산 정수빈(20)의 한방은 적장도 인정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수빈은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2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9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두산은 정수빈의 쐐기포로 11-4 대승을 거뒀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9회 1사 2·3루에서 고영민을 빼고 정수빈을 대타로 기용했다. 고영민이 심각한 타격부진에 빠진 것도 한 이유였지만 그 카드가 정수빈이라는 것은 다소 의외였다. 3차전에서 1번 타자로 나온 정수빈은 3타수 무안타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중요한 순간 스무살의 어린 타자를 대타로 기용하는 모험수를 던졌다. 그리고 그 모험수는 딱 맞아떨어졌다.

사이드암 임경완을 맞이한 좌타자 정수빈은 스트라이크 하나 없이 볼 3개를 골라냈다. 볼카운트 0-3. 4구째 임경완의 134km 싱커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그러자 정수빈의 방망이가 춤을 췄다. 방망이에 맞은 공은 잔디 위로 바짝 당겨 전진수비한 롯데 수비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오른쪽 스탠드에 그대로 꽂힌 것이다. 이 한 방으로 승부는 5차전으로 넘어갔다. 2년간 통산 홈런이 4개 뿐인 정수빈의 반란이었다.
로이스터 감독도 정수빈의 홈런을 인정했다. '두려움 없는' 야구를 강조하는 로이스터 감독에게 스리볼에서 방망이를 돌려 한 방을 친 정수빈의 공격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것이 바로 노피어"라며 "경기 내내 안 뛰고 있다 벤치에서 나와 공격적인 야구를 보여줬다. 파워히터도 아닌데 중요한 순간 볼카운트 0-3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쳤다. 아주 높이 평가하고 싶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스리볼에서 (정)수빈이에게 강공을 지시했는데 의외로 너무 잘쳤다. 생각지도 못한 타구가 나와 나도 많이 놀랐다"며 웃었다. 정수빈은 "초구부터 치려고 생각이었다. 스리볼에서는 싱커와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카운트를 잡으러 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홈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정수빈은 "넘어가는 순간 5차전으로 가는구나 싶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여려 보이는 외모와는 다른 놀라운 강심장. 그것이 바로 정수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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