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두산-롯데, '발야구 실종' 왜?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10.04 07: 46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결국 2승2패를 기록하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승부는 원점이 됐다.
당초 양팀은 홈런타자 뿐 아니라 발 빠른 타자들이 많아' 발야구'도 할 것이란 예상을 했다.
실제로 두산은 올 시즌 전까지 '두산 육상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올 시즌 35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도루 부문 4위에 오른 오재원을 필두로 이종욱, 고영민, 정수빈, 민병헌 등이 빠른 발을 지니고 있다.

롯데 역시 65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올 시즌 도루 2위를 차지한 김주찬을 필두로 황재균, 전준우, 조성환도 빠른 발과 센스있는 주루 플레이를 보여주며 로이스터 감독으로 하여금 발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 4차전까지 양팀은 발야구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두산이 2차전에서 3개, 4차전에서 1개를 기록하며 4개를 성공(실패 없음)시켰고, 롯데는 1차전과 4차전에서 한 개씩에 그치며 2개(실패 3차례)에 그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 경기 팽팽한 승부…주자들 발 묶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모두 팽팽한 승부였다. 1차전은 8회까지 1-1이었다. 2차전도 9회까지 5-5였다. 3차전도 1점차를 유지했다. 4차전 역시 두산의 3-2리드 속에 9회에 와서야 승부가 결정 났다.
도루는 성공하면 팀 사기 뿐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할 경우 순식간에 분위기가 상대팀으로 넘어간다. 그만큼 위험 요소가 크다. 이로 인해서 양팀 사령탑은 쉽게 단독 도루 사인을 내지 못하고 있다.
▲셋포시션 타임이 좋은 양팀 투수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 투수들의 셋 포지션 타임이다. 두산 선발 히메네스는 1.17∼1.30초의 셋포지션 시간을 유지했다.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탬포를 조절하자 주자들은 더욱 더 도루를 시도하기 힘들었다. 김선우는 1.20∼에서 1.40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 역시 1선발 송승준이 셋포지션 시간이 1.25∼1.43초로 간결했고 라이언 사도스키도 1.23∼1.47초까지 긴 인터벌을 가져가며 상대 주자들의 스타트를 막았다. 아무리 발이 빨라도 투수들과 순간적인 싸움에서 스타트를 빼앗지 못하면 도루는 성공하기 어렵다.
▲강민호 1.89초, 양의지 1.95초…무모한 도전은 금지
도루를 할 때는 주자의 능력 뿐 아니라 상대팀 배터리의 능력도 중요하다. 양팀 주전 포수 강민호와 양의지의 어깨 능력도 매우 뛰어났다. 강민호는 미트에서 2루까지 송구 시간이 1.89초에 불과했다.
30일 2차전 5회말 두산 오재원에게 도루를 허용했지만 사도스키 셋포지션 시간이 1.45초가 걸리면서 도루를 허용했다. 그러나 투수들이 1.25초내로만 던져준다면 강민호의 어깨라면 이종욱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양의지는 강민호에 비해 0.06초가 더 걸리지만 1.95초로 우수한 편이다. 양의지는 지난 30일 2차전 6회 2루 도루를 시도하던 조성환을 아웃 시켰다. 당시 김선우의 셋포지션 시간이 1.24초였고, 양의지는 1.98초가 걸렸다. 스타트가 늦었던 조성환이 2루까지 3.47초가 걸려 아웃됐다.
3차전에서는 '대도' 김주찬을 2루에서 잡아냈다. 2루까지 1.9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왈론드의 셋포지션 시간이 1.16초밖에 걸리지 않아 배터리의 완벽한 호흡으로 김주찬의 도루를 막아냈다. 양의지가 두 차례 주자를 잡아냈듯이 강민호에 비해 송구 시간은 길지만 정확도에서 앞선다.
5차전 선발 출장이 유력한 용덕한도 2초 이내 송구 능력을 지녔다. 4차전 7회 전준우를 1루 견제사로 잡아낸 사실을 통해서도 용덕한의 송구 능력을 알 수 있다. 예방주사를 놓아둔 만큼 롯데가 쉽게 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내야 그라운드 상태도 최악
1,2차전이 벌어진 잠실구장은 내야가 완전히 망가졌다. 정규 시즌 막판 잦은 비가 내린 가운데 포스트시즌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경기를 진행하며 그라운드가 많이 망가졌다.
사직구장 역시 내야의 흙이 날릴 정도로 지면이 딱딱하지 않아 도루를 하는 주자들에게는 발이 움푹 패여 들어갔다. 롯데 김주찬도 "땅이 너무 안 좋아서 도루하기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도루는 0.01초를 다투는 만큼 주자들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5차전은 이 경기로 올 시즌 농사가 결정된 만큼 주자들이 베이스에 나가 더욱 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 양팀은 어느 순간 도루를 시도할 지 미지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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