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이종욱-정수빈, 두산 소총수들 대반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04 09: 54

역시 야구는 알다가도 모른다.
두산은 올해 프로야구 최초로 토종 타자 5명이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치는 위력을 떨쳤다.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이성열-양의지로 이어지는 토종 파워 5인방은 그러나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깊은 침체에 빠졌다. 1~4차전 4경기에서 55타수 11안타로 타율이 2할밖에 되지 않는다. 타점도 고작 2개뿐이고 장타는 2루타 2개가 전부였다. 중심타자들의 침묵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최대 고민거리다.
중심타자들이 깊은 가을잠에 빠진 상황에서도 두산이 사직 3·4차전에서 대반격을 가할 수 있었던 건 대포를 기대하지 않았던 소총수들의 대반란 덕분이다. 이종욱(30)과 정수빈(20). 열살 터울의 두 소총수가 결정적인 대포로 분위기 대반전을 이끈 것이다. 이종욱은 3차전에서 추격과 역전극의 서막을 알리는 솔로포를 터뜨렸고, 정수빈은 4차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깜짝'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이종욱의 한 방은 롯데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있던 시리즈의 흐름을 뒤바꾼 결정타였다. 2연패로 내몰린 3차전 0-2로 뒤진 4회 터진 솔로 홈런은 흐름을 되가져오는 값진 대포였다. 두산은 이종욱의 홈런을 시작으로 4회에만 5득점하며 대반전에 성공했다. 정수빈은 4차전에서 3-2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9회 1사 2·3루에서 대타로 등장, 볼카운트 0-3에서 과감하게 노려쳐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두 선수 모두 싱커를 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종욱은 롯데 선발 이재곤의 가운데 낮은 133km 싱커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비거리 120m 홈런을 쳐냈다. 정수빈도 롯데 구원 임경완의 한가운데 몰린 134km 싱커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비거리 100m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특히 대타로 나와 스윙하기 쉽지 않은 볼카운트에서 노려친 정수빈의 두려움 없는 타격은 '적장' 제리 로이스터 감독마저 감탄케 했다.
이종욱은 지난 5년간 통산 홈런 갯수가 8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5개를 올해 기록했다. 장타에 조금씩 손맛을 느낀 것이다. 정수빈은 올해 홈런이 고작 1개뿐이지만 지난해에는 3개를 쳤다. 두 선수 모두 작고 빠른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힘을 갖추고 있어 장타 생산능력이 있다. 그러나 롯데로서는 소총수에게 대포를 맞은 것이 치명적이었다. 소총수들의 반란으로 두산은 기사회생했고 시리즈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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