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도전' 안현수, "남은 것은 노력 뿐"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10.04 08: 46

"(안)현수야! 마지막까지 견뎌야 돼!" "다 왔다. 현수야 기운내라" "끝까지...남은 한 바퀴다".
황제의 대관식은 아니었다. 재기의 몸부림에 가까웠다. 지난 3일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열린 2010~2011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나선 안현수(25, 성남시청)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이룬 안현수이지만 그의 레이스에는 어떤 절박함이 느껴졌다.
▲ 황제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타임레이스

지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안현수가 이날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익숙치 않은 타임레이스 때문이었다.
일정 구간의 통과 속도를 겨루는 타임레이스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내홍을 겪은 대한빙상연맹이 국가대표 선발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그러나 스피드스케이팅에 가까운 선발 방식이기에 평생 쇼트트랙만 해온 안현수에게는 부담 그 자체였다.
3000m를 완주한 안현수는 지친 탓인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4분 45초 938이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기록도 안현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상위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안현수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아직 선수들이 3000m 경험이 없다보니 페이스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도 10바퀴를 통과하니 다리가 굳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현수를 지도하는 손세원 감독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 손세원 감독은 "장소가 좁으니 경직된 느낌이다. 현수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더욱 힘들었다. 1차 선발전이 끝나고 2차 선발전을 준비하려니 시간도 부족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 쇼트트랙을 피할 수 없는 운명
 
잠시 자리를 옮긴 안현수는 "그래도 아직 (내 꿈은) 끝나지 않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현수는 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500m 레이스 그리고 오는 13일 1500m, 14일 1000m 레이스 결과에 따라 남녀 각각 4명을 뽑는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다.
손세원 감독은 이런 안현수가 대견한 눈치다. 지난 2007년 훈런 도중 펜스와 부딪히면서 왼쪽 무릎 뼈와 후방십자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당하면서 무너지는 듯했던 안현수가 부활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안현수도 예전과 다른 기량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때 쇼트트랙을 포기할까 고민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재기의 꿈을 키웠다. 내년 아시안게임 그리고 4년 뒤 동계올림픽에 나서겠다는 굳은 의지다. 안현수에게 쇼트트랙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안현수는 "아무래도 3000m는 나에게 힘든 종목이었다. 그렇지만 남은 종목은 500m 그리고 1000m, 1500m이다. 한 번 해볼 만하다"면서 "모두에게 조건은 동등하다. 결국 남은 것은 노력 뿐이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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