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상승세를 탄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 거북이걸음으로 조용히 인기 몰이를 해왔던 '남격'은 합창단 프로젝트를 통해 날개를 달았다. 합창단 프로젝트 최종회 때는 30%에 육박하는 자체최고시청률을 내며 메인 코너 '1박2일'에 못잖은 큰 반향을 이끌었다. 방송 시작 약 1년 반만의 일이었다.
'남격' 연출자 신원호 PD가 즐겨 쓰는 말 중에는 '때깔'이란 단어가 있다. 맵시나 빛깔을 뜻하는 이 단어를, 신 PD는 자주 입에 올린다. 그가 때깔, 때깔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남격'만의, '남격'스러운 때깔을 보여주고 지키고 싶단 얘기다. 코너 기획 의도나 제작 의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말이다. "우리 때깔대로 가자", "때깔을 지키고 싶었다"는 식이다.
성황리에 끝난 '합창단 프로젝트'. 이 역시 '남격' 때깔로 만든 방송이었다. 애초에 시작할 때만해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제작진이다. 일부러 일을 벌리고 화제를 모으고 싶었다면 KBS내부에만 조용히 방을 붙이고 오디션을 진행해버릴 일이 아니었단 거다.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슈퍼스타 K'처럼까진 아니어도 충분히 사전 마케팅을 통해 몸집을 더 키울 수 있던 것 아닌가. 하지만 '남격'은 신 PD가 버릇처럼 말하는 자기네 때깔로 아기자기한(?) 방송을 만들고 싶었는데 별안간 대박이 난 것뿐이다.

그러더니 합창단 피날레를 장식하자마자 처음 선보인 미션은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3일 방송분에서는 데뷔 한지 많게는 30년차(이경규 김태원), 20년차(김국진)를 비롯 막내 윤형빈에 이르기까지 데뷔 초를 떠올리고 초심을 품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들은 초심을 되찾기 위한 방편으로 '개그콘서트' 무대에 오르고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등 저마다의 방법을 택했다.

신 PD는 합창단을 끝내자마자 다시 자기네 '때깔'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시청률 상승도 반짝 현상일 뿐,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나면 다시 하락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그래도 '남격'이 합창단이나 월드컵처럼 덩치 크고 시간 드는 특집만 만드는 코너는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단 뜻이었다. 이전까지 그래왔듯 작고 사소하거나 때로는 부족해 뵈는 아기자기한 미션을 통해 남자의 자격을 말하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3일 방송된 '남자, 그리고 초심'은 오랜만에 보는 '남격' 때깔 그림이었다. 물론 합창단의 하모니가 주는 웅장한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이지만 '대부' 이경규가 '개콘' 코너 심사에서 후배들 앞에 굴욕을 당하고 배우 김성민이 독립영화에 출연해 직접 장소 섭외에 몸을 던지는 과정에서 또 그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번져 나왔다. 때깔이란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시청률이야 다소 떨어졌을지 몰라도 이날의 초심 찾기는 시청자들에게도 '남격'의 때깔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기회가 됐다. 그러고 보니 신 PD가 늘 뇌까리던 때깔은 전략 아닌 전략이었던 셈이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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