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보다 낫네! 애니메이션의 '조용한' 흥행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0.10.04 15: 05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장르는 어린이 관객들을 대상으로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판타지 세계와 다소 유치한 내용을 다루는 영화로 분류된다. 타깃이 분명하다 보니 어른 관객에게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일쑤였다. 여타 성인 영화와는 다른 바운더리 안에서 그들만의 경쟁을 벌이는 게 이들 장르의 방식이었다.
이랬던 영화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다양한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개봉되고 작품성이 보다 높아지면서 어른 관객 역시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 애니메이션 장르를 끼워 넣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라이온킹’, ‘슈렉’ 등 일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했던 애니메이션 흥행작들 역시 다수 생겨나는 상황이다. 
올 가을도 몇몇 눈에 띄는 애니메이션들이 있다.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스릴러, 코미디 등 쟁쟁한 영화들 사이에서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추석 극장가의 살 떨리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의 조용한 흥행을 이끌어가는 영화는 단연 ‘슈퍼배드’다. 인기 걸 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인 태연, 서현이 극중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해 화제가 된 ‘슈퍼배드’는 지난달 16일 첫 선을 보여 현재 박스오피스 5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좌석점유율 1위를 기록함과 동시에 주말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며 뒷심을 발휘했다. 
‘아이스 에이지’의 제작진이 다시 뭉친 ‘슈퍼 배드’는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지만 정작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그루가 ‘세계 최고 No.1 악당 되기’ 작전 성공을 위해 세 소녀를 입양하면서 벌어지는 신나는 모험과 가슴 따뜻한 감동을 담은 작품이다.
이집트 피라미드, 파리 에펠탑 등 세계적인 명소를 훔쳐 개인 컬렉션을 만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급기야 달을 훔칠 계획을 세운 그루는 이에 필요한 장비를 손쉽게 구하기 위해 세 소녀를 데려오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된다. 영화는 거침없이 당돌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랑스러운 아이들 때문에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몰랐던 그루가 점점 바뀌어가게 되는 내용을 그렸다.
‘슈퍼배드`에 일주일 앞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도 개봉 2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꾸준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세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 화제를 모은 ‘마루 밑 아리에티’는 인간 몰래 그들의 물건을 빌리며 살아가는 마루 밑 소인(小人)들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 아래 인간 세상으로 첫 번째 작업에 나선 소녀 아리에티가 인간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인간 소년과 만난다는 이야기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독특한 개성과 정서가 오롯이 담겨 있다.
특히 영화는 인간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 아리에티가 인간 소년 쇼우를 만나 교감하는 과정에 주목해 두 사람이 펼치는 모험을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그려내는데 주력했다.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평가다.
두 영화의 이 같은 성과는 ‘무적자’, ‘레지던트 이블 4’, ‘그랑프리’ 등 수많은 기대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거둔 결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작품성 측면에서도 완성도가 높아 아이들 관객은 물론이고 성인 관객들까지 사로잡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조용한 흥행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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