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적 “사회 담론은 노래 아니어도 충분한 것 같다”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0.10.04 16: 10

 
 ‘다행이다’로 수많은 남자들의 고백 레퍼토리를 바꿨던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2년 여만에 컴백했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사랑 노래만 담은 새 음반 ‘사랑’이다.
 이 음반은 현재 선주문만 2만장을 기록하며, 싱어송 라이터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타이틀곡 ‘그대랑’은 험난한 세상도 그대랑 함께라면 두렵지 않다는 내용의 로맨틱한 고백송. ‘다행이다’가 약간 어두운 색깔을 띠고 있었다면 ‘그대랑’은 훨씬 밝고 힘차다.

 “소속사에서 ‘그대랑’을 선택했어요. 저는 ‘그대랑’은 포함해서 여러곡 후보를 넘겼는데요. ‘그대랑’이 제일 좋다도 하더라고요. 전 속으로 ‘발라드를 고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다소 의외였죠.”
 다소 의외라고 느낀 것은 이적의 팬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뼈 있는’ 가사들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해왔다는 느낌을 준 이적이기에 이번 ‘사랑’ 음반은 그의 ‘변신’ 혹은 ‘변심’으로 보인다. 이적은 최근 사회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사회적인 담론이 형성되는 공간이 없었으니까, 노래가 그걸 대체한다는 느낌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에는 트위터, 아고라 등 너무 잘 돼 있잖아요. 이제 사람들도 굳이 노래까지 메시지가 있을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직장인들이 소녀시대에 열광하는 건, 그들이 주식이나 사회문제를 노래해서가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노래로는 다른 종류의 위안을 원하는 것 같아요.”
 물론 이적도 처음에는 평소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가사에 옮겨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하지는 않기로 했다.
 “설정 같다는 느낌 있죠? 자의식 있는 노래가, ‘난 달라’라고 하는 노래가 너무 설정같이 느껴졌어요. 지금 사람들은 그걸 원치 않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그냥 묵혀두고 있어요.”
 철저하게 기획된 아이돌의 음악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현재,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 그는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돌 음악이 잘못됐다고 할 순 없는 거잖아요. 그냥 시장을 지켜보는 거죠. 제 색깔을 지키면서요.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 그게 할 일이죠.(웃음)”
 그새 예쁜 딸을 둔 아빠가 돼 많은 시간을 자녀와 함께 보내고 있지만, 아직 음반에 큰 변화는 없는 편이다. 훗날 발표될, 지금 만들고 있는 곡들에는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음악적 변화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랑 있으면 참 좋아요. 이제 5개월 밖에 안돼서, 주로 제가 재롱을 떨죠. 20~30대는 보통 바로 앞만 보고 달리잖아요. 딸이 생긴 후부터는 아주 먼훗날도 생각하게 돼요. 얘가 나중에 커서 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때 좋아할 뮤지션들과 내가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그는 이번 활동으로 ‘뭐든지’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다. 대형 공연도, 소극장 공연도 모두 준비 중이다. 활동 기한은 내년까지 길게 잡았다. 
 “이제 거의 앨범을 안내는 추세니까, 마지막 앨범이 될지도 모르죠. 그냥 편하게 꼭 들어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앨범 사는 게 부담스러우면 빌려서라도요.(웃음) 어정쩡하게 트렌드 쫓아가지 않고, 그냥 제 색깔을 내려고 노력했거든요. 힘든 때일수록 길게 보고, 사랑해주는 팬들과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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