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대비' 양준혁, "큰 형이 버티고 있으니 맘껏 뛰어라"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0.10.05 06: 58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팀이 위기에 처할때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41, 삼성)은 "나는 보조 역할에 불과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양준혁은 지난 7월 25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 후배들을 위해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토스 배팅 때 공을 던져주거나 좌완 투수에 대비해 배팅볼 투수로 나선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기술과 경험을 아낌없이 전수한다.
4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만난 양준혁은 "내가 특별히 하는게 있겠냐. 안 좋은 점을 발견하면 한번씩 이야기해준다. 나는 보조 역할에 불과하다"고 껄껄 웃었다. 양준혁은 "후배들이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무리하지 않고 착실하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차우찬, 정인욱(이상 투수), 김상수(내야수), 이영욱(외야수) 등 신예급 선수들에 대해 "경험이 부족한 만큼 패기로 맞서야 한다. 지금껏 잘해줬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양준혁은 데뷔 첫해(1993년) 가을 무대를 경험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해태(KIA 전신)에 4승 1무 2패로 패했다. 그는 "아무래도 큰 경기니까 긴장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왼쪽 무릎이 곪아 제대로 뛰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SK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팀은 삼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준혁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타격, 투수, 수비 모두 좋다. 계투진이 탄탄해 5회 이전에 상대 선발을 무너뜨리면 이길 수 있다. 그리고 기동력까지 갖췄다".

흔히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고 말한다. 그러나 양준혁은 "즐기는게 생각 만큼 쉽지 않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생각말고 패기있게 하면 된다"며 "그게 쉽지 않지만 정규 시즌 한 경기라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해야 한다. 긴장한다면 제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선수들이 있다면 한 대 두들겨 팰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양준혁은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발탁되지 못해 덕아웃에 들어갈 수 없다. 불펜 옆 벤치에 앉아 후배들을 위한 든든한 멘토이자 응원군이 될 각오.
그는 "매일 보던 선배가 없으면 허전할 수 있다. 아무래도 큰 경기는 (진)갑용이를 비롯해 (박)진만이, (강)봉규, (박)한이, (신)명철이가 중심을 잡아줘야 젊은 선수들이 따라간다. 그렇지 않으면 우왕좌왕할 수 있다"고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맏형' 양준혁의 마지막 한 마디는 인상적이었다. "큰 형이 버티고 있으니 걱정말고 마음껏 뛰어라". 비록 타석에 들어설 수 없지만 그가 존재하는 자체가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선산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처럼.  
what@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