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수비, 주루플레이, 희생번트에서 작은 차이였다. 이것으로 승패는 엇갈렸다.
두산 베어스가 안정된 수비 조직력과 깔끔한 주루 플레이를 바탕으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2연패 뒤 3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두산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롯데를 11-4로 물리치며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다.

준플레이오프가 시작 되기 전 전문가들은 두산의 우세를 예상했다. 그러나 두산은 1,2차전에서 자신들의 최대 무기인 수비와 주루플레이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저지르며 롯데에 2연패를 당했다. 수비 연습을 많이 했지만 1,2차전에서는 역효과가 났다.
▲수비에는 '역효과'란 없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5일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기전의 명암은 확실하다. 타자, 투수, 수비, 감독 작전 실수도 있다. 그러나 이길 때 보면 수비"라며 기본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두산은 1,2차전에는 수비 연습에 집중했다. 그러나 1차전에는 9회초 구원 투수 임태훈의 송구 실책이, 2차전에서는 국가대표 유격수 손시헌이 4회초 실책을 저질러 1실점했다.

김 감독은 "매일 김민호 수비 코치가 연습을 시켰다. 훈련이 너무 과했는지 선수들이 실책을 저질렀다"며 웃음을 지었다. 비록 선수들이 실책을 저질렀지만 만발의 준비를 한 여유있는 웃음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예상은 정확했다. 두산이 3연승을 거둔 3경기에서는 수비의 힘이 가장 컸다. 두산은 3차전에서 홍상삼과 손시헌의 실책이 있었으나 3차전부터 선발 3루수로 출장한 이원석이 핫코너를 든든하게 지켰고, 2루수 오재원도 그물망 수비로 내야를 촘촘하게 만들었다. 9회말 우익수 임재철의 슬라이딩 캐치도 두산의 수비를 증명했다.
기사회생한 두산은 4차전부터 제 모습을 찾아갔다. 3회말 유격수 손시헌이 머리 뒤로 넘어가는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줬고 4회말선 2루수 오재원이 김주찬의 내야 안타성 타구를 잘 잡아 2루로 토스해 포스아웃시키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또 포수 용덕한은 5회 홈으로 뛰어드는 2루주자 이대호를 블로킹으로 잘 막고 아웃시킨데 이어 7회 1루주자 전준우를 견제로 잡은 것이 등이 빛났다. 내야진의 안정된 수비로 상대 롯데를 제압한 경기였다. 두산이 자랑하는 기본기 야구, 수비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다.
▲화려함이 아닌 깔끔한 주루플레이로 돌아간 두산
수비가 살아난 두산은 주루 플레이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1차전에서 손시헌의 어이없는 3루 베이스 오버런과 2차전 양의지의 홈슬라이딩도 서로간의 수신호만 잘 했어도 살 수 있었다. 화려함이 오히려 독이 됐다. 승패의 결정적인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3차전부터는 선수들의 발놀림은 가벼워졌다. 화려함을 포기한 대신 기본적인 주루 플레이에 집중했다. 베이스에 나간 주자들은 적당한 리드와 스타트를 끊는 모습으로 상대 배터리를 괴롭혔다. 4차전에서는 임재철과 손시헌의 주루플레이도 눈부셨다.

▲뚝심야구, 김현수도 '시즌 첫' 희생번트
두산 김경문 감독은 1승2패로 뒤지고 있던 사직 4차전에서 기본적인 정석 플레이인 보내기 번트를 2번 성공시키며 승리를 가져왔다. 기본에 충실한 작전야구가 적중해 승리를 따냈다. 두산은 2회초 손시헌 중전안타와 양의지 보내기 번트에 이어 이원석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3-2로 박빙의 리드를 한 두산은 9회초 선두타자 이종욱의 중월 2루타에 이어 후속 오재원이 번트 실패 후 몸에 맞는 볼로 추가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무사 1, 2루서 김경문 감독은 간판타자인 김현수를 덕아웃으로 직접 불러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김현수는 올 시즌 첫 희생번트를 시도했고, 희생번트라는 말 그대로 자신을 희생했다. 덕분에 1사 2, 3루가 됐고 대타 정수빈의 3점홈런포가 터지며 승부를 원점으로 가져왔다.
김경문 감독도 김현수에게 번트 지시를 한 상황에 대해서 "(김)현수가 간판선수지만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추가점이 중요했다. 그래서 사인이 아닌 직접 불러 구두로 희생번트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현수의 번트가 승부를 갈랐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반면 롯데는 1,2차전에서 보여줬던 그물망 수비도, 깔끔한 주루 플레이도, 적재적소의 희생번트도 성공하지 못했다. 4차전 잔루 17개가 모든 것을 대변했다. 5차전에서도 3회 두산에 5실점하며 수비에서 실수가 이어졌다. 6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손시헌의 2루 도루 때 포수 강민호의 송구를 받을 2루수, 유격수 누구도 커버 플레이를 하지 않으며 한 점을 헌납했다.
1차전부터 5차전까지 함께한 본지 김일권 위원은 한국 프로야구 1세대 스타 플레이어다. 화려함보다 공수주에서 기본에 충실한 스타일이었다. 5차전을 지켜본 김 위원은 "야구를 공수주(공격, 수비, 주루)로 나눈다. 공격은 3할을 치면 잘했다고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수비와 주루는 3할을 가지고 논할 수 없다. 수비는 9할5푼 이상을 해야 잘 했다고 한다. 두산과 롯데의 차이는 공격이 아니라 수비와 주루였다"고 평가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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