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5차전] '4연속 PO' 두산, '마이너리티'의 승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0.05 21: 33

2연패 후 3연승이라는 준플레이오프 첫 리버스 스윕. 그러나 그 중심에는 5명의 20홈런 타자가 아닌 올 시즌 비주전 선수들의 맹활약이 있었고 1선발 켈빈 히메네스 대신 '미운오리'와도 같았던 레스 왈론드(34)가 버텼다. 두산 베어스가 2연패 후 3연승으로 롯데를 꺾고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은 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서 11-4로 승리하며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007, 2008시즌에는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치며 직행했고 지난해와 올 시즌에는 연속 3위를 기록한 뒤 롯데를 2년 연속으로 따돌린 것.

 
그 중심에는 올 시즌 주전이 아닌 선수들이 기회를 살린 데 이유가 있었다. 우익수 임재철(34)과 포수 용덕한(29), 외야수 정수빈(20)이 타선에 힘을 보탰고 왈론드는 3차전 계투로 상대의 추격세를 끊는 수훈을 보여줬다.
 
2010 페넌트레이스서 두산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20홈런 타자 5명을 배출한 팀'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을 안방으로 쓰면서도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이성열과 강력한 신인왕 후보 양의지가 각각 시즌 20개 이상의 아치를 그렸다. 그러나 막상 준플레이오프 초반에는 이들의 방망이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2차전 분투한 선수는 우익수 임재철. 임재철은 하위타선에서 안타와 타점을 양산하며 2연패를 당한 두산의 위안거리가 되었고 3차전 이후에도 타격감과 국내 최고급 외야수비 감각을 잊지 않고 힘을 보탰다. 이성열을 키우기 위한 김경문 감독의 책략에 벤치를 덥혀야 했던 임재철은 준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4타점의 활약을 선보였다.
 
용덕한의 타격은 더욱 눈부셨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인사이드워크 능력은 팀 내 최고로 평가받았으나 타격 면에서 약점을 비추며 양의지의 도약을 밖에서 지켜봐야 했던 용덕한은 양의지의 허리 부상을 틈 타 마지막 2경기에서 힘을 과시했다. 4,5차전 연속 결승타를 터뜨리며 더 이상 투수가 쉬어갈 수 있는 타자가 아님을 증명한 것. 6할6푼7리(9타수 6안타) 4타점으로 준플레이오프에서 '미친 선수'는 용덕한이었고 그는 준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며 데뷔 첫 대회 타이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4차전 9회 정수빈의 쐐기 스리런이 없었다면 두산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정수빈은 지난 3일 사직 롯데 준플레이오프 4차전 3-2로 간신히 앞선 9회 상대의 전진 수비 시프트를 비웃는 통렬한 우월 쐐기 스리런으로 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의 환호성을 잠재웠다.
 
시즌 초 퇴출이 확실시 되었던, 그리고 시즌 동안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였던 왈론드의 계투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왈론드는 지난 2일 3차전서 6-3으로 쫓기던 5회말 무사 2,3루에서 선발 홍상삼을 구원해 3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팀의 6-5 승리를 이끌며 반전 기회를 만들었다. 5일 경기서도 왈론드는 필승 계투 고창성이 뒤지고 있던 롯데 타선의 기를 살려준 위기를 넘기는 투구로 낙승에 기여했다.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들의 활약은 분명 의미가 크다. 김 감독 부임 초기 이름값이 높지 않은 선수들로도 포스트시즌 단골 진출 팀이 되었던 두산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대권을 향한 파괴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며 페넌트레이스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세기를 바탕으로 화려하지 않은 '작은 야구'를 하는 야수들이 배제된 것도 사실이다. 14승을 거둔 히메네스에 비해 왈론드의 7승은 분명 초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세 명의 야수와 순둥이 같은 외국인 좌완은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결코 자신들이 기존 간판들에 뒤지지 않는다'라는 활약을 증명해보였다. 리버스 스윕으로 끝난 2010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특정한 주전 선수의 활약보다 '잇몸 야구'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봤던 2000년대 중반 두산 야구를 다시 볼 수 있었다.
  
farinelli@osen.co.kr 
 
<사진1> 임재철-용덕한.
 
<사진2> 정수빈-왈론드.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