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롯데와 재계약을 하고 싶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제안이 온다면 양쪽 모두를 놓고 신중히 검토할 생각이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불구하고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58) 감독이 향후 진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5차전에서 패한 뒤 준플레이오프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무대에 우승하러 왔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만년 하위팀이었던 롯데를 지난 3년간 이룬 것만 따져도 실망스러울 필요가 없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재계약은 내가 아닌 롯데에 달렸다"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만약 메이저리그 팀에서 제안이 온다면 충분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답해 한국 프로야구를 떠날 수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로이스터 감독은 만년 하위팀이었던 롯데를 지난 2008년 부임 첫해 69승 57패(승률 5할4푼8리)로 정규시즌 3위로 등극, 7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2009년도 66승 67패(승률 4할9푼6리)로 4위에 올려놓았고, 올해도 69승 3무 61패(승률 5할1푼9리)로 4위로 끌어 올리며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지휘했다. 3년 통산 393경기에서 204승 3무 185패로 5할1푼9리의 승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롯데가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는 점, 우승까지 이끌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재 롯데로부터 재계약 여부를 아직까지 통보 받지 못한 상태다. 로이스터 감독도 "한국에서 3∼4일 정도만 기다린 뒤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롯데에게 재계약 의사를 확실히 해줄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로이스터 감독의 메이저리그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0시즌 메이저리그가 모두 끝난 현재 30개 구단 중 최소 7개팀 이상 감독이 공석 또는 감독대행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존 러셀 감독을 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했다. 러셀 감독은 올 시즌 57승 105패, 지난 3년 동안 186승 299패를 기록하며 성적도, 리빌딩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 2002년 로이스터가 직접 감독을 맡았던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도 켄 마카 감독과 결별을 선언했다. 뉴욕 메츠도 제리 매뉴얼 감독을 해고했다. 플로리다 말린스는 에드윈 로드리게스가 감독 대행으로 시즌을 마쳐 감독 후보자를 물색 중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바비 콕스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시카고 컵스도 마이크 퀘이드가 감독 대행으로 시즌을 마쳤다. 내셔널리그에서만도 6개팀 이상이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도 시애틀 매리너스가 대런 브라운 감독 대행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 외에도 공석은 더 생길 수 있다.
비록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에서 우승을 이끌지 못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동양 야구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 감독 또는 코치로서 컴백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 때문에도 로이스터 감독 역시 메이저리그 팀에서 제안이 와도 '무조건' 롯데와 재계약을 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일단 주사위는 롯데에서 던져야 한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롯데가 아니라 로이스터 감독이 한다는 사실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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