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5차전까지 간 준플레이오프는 결국 두산의 역스윕으로 끝났다. 롯데는 2년 연속 두산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지난 5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산은 롯데를 11-4로 대파했다. 잠실 홈 1~2차전에서 2연패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두산은 사직 3~4차전에서 반전의 2연승으로 균형을 맞추더니 최종 5차전에서도 여세를 몰아 손쉬운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마감했다. 롯데의 일방적인 승리가 될 것으로 보였던 준플레이오프는 결국 두산의 대반전으로 끝맺음했다. 과연 어디에서 승부가 갈린 것일까.
▲ 조성환의 뼈아픈 주루사

적지에서 2연승을 거두며 기세가 잔뜩 오른 롯데는 사직 홈 3차전을 개선장군처럼 환영받으며 시작했다. 기대대로 초반부터 무섭게 맹공을 퍼부었다. 김주찬의 안타와 손아섭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 찬스에서 조성환이 우측 펜스를 직접 맞히는 2타점 2루타로 두산을 몰아붙였다. 두산 선발 홍상삼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조성환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2루 베이스에서 어이없이 주루사를 당하고 만 것이다. 화끈하게 달아올랐던 롯데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주루사·견제사·도루자가 모두 8개로 두산(4개)보다 2배나 많았다. 스스로 까먹은 아웃카운트가 8개나 됐고, 이 가운데 2개는 홈에서 당한 뼈아픈 아웃이었다.
▲ 이대호의 결정적 실책
이대호는 오른쪽 발목 부상 여파에도 불구하고 1~2차전에서 놀라운 3루 수비를 과시하며 '수비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요정이 악마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차전에서 2-1 근소한 리드를 잡고 있던 4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손시헌의 타구가 3루 쪽으로 향했다. 역모션으로 공을 잡을 것 같았던 이대호는 그러나 공을 빠뜨리고 말았다. 이사이 2·3루 주자가 홈으로 홈으로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역전이 됐고 한 번 넘어간 분위기는 두 번 다시 롯데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롯데는 당초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에서 실책을 3개로 나름 최소화했다. 그러나 3차전 이후에는 두산처럼 팀을 구하는 결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다.

▲ 오재원의 슈퍼 디펜스
두산 내야수 오재원의 슈퍼 디펜스였다. 1승2패로 여전히 벼랑 끝에 선 두산에게는 4차전도 마지막 경기라는 심정이었다. 그 절박한 심정이 어떠한지를 오재원이 몸으로 보여주었다. 1-0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4회 2사 만루 위기. 조성환의 배트에 걸린 타구가 2루수-유격수 사이를 뚫을 것처럼 보였다. 그 때 2루수 오재원이 번개처럼 나타나 글러브를 뻗었다. 글러브를 끌어서 공을 걷어낸 뒤 유격수 손시헌에게 그대로 토스했다. 65도루의 발 빠른 1루 주자 김주찬은 간발의 차이로 아웃됐다. '슈퍼 디펜스'를 보여준 오재원을 중심으로 두산 수비진은 특유의 견고함을 되찾았다. 1~3차전에서만 실책 4개를 남발했던 두산의 4~5차전 실책은 '0'개였다.
▲ 김현수의 희생번트
두산 김경문 감독은 뚝심으로 포장된 고집을 버렸다. 2연패로 내몰리자 3차전부터 라인업에 대폭 변화를 가하며 상황에 따른 유연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절정이 바로 4차전이었다. 9회 무사 1·2루에서 타석에는 김현수. 김 감독은 타석 전 김현수를 따로 불렀다. 지시내용은 다름 아닌 희생번트였다. 통산 희생번트가 1개뿐인 김현수였지만 김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자 진루에 주안점을 뒀다. 김 감독은 이어 대타 정수빈을 기용해 볼카운트 0-3에서도 강공을 지시해 쐐기 스리런 홈런을 이끌어냈다. 김 감독은 5경기에서 6개의 희생번트를 대며 강공만 고집하지 않았다. 강공과 작전의 절묘한 조화가 김현수의 희생번트와 정수빈의 깜짝 홈런에서 잘 나타난다.

▲ 송승준의 조기강판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기간 동안에도 선발투수를 최대한 오래 끌고 갔다. 불펜이 취약한 팀 사정상 선발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 많았다. 하지만 총력전을 선언한 5차전은 달랐다. 송승준을 3회 무사에서 두 번째 타자 최준석을 상대하는 도중 이정훈으로 바꿨다. 결과적으로 악수가 됐다. 이정훈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3명의 주자를 내보냈고, 라이언 사도스키마저 부담스런 상황에서 등판해야 했다. 롯데는 3~5차전 3경기에서 바뀐 투수들이 14명의 승계주자를 받았으나 이 가운데 8명의 홈인을 허락했다. 승계주자 실점율이 57.1%에 달한다. 두산도 38.5%로 다소 높지만 롯데만큼은 아니었다. 마운드 운용에서도 승패가 갈린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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