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스타의 탄생이었다.
두산과 롯데의 2010 준플레이오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스타를 하나 탄생시켰다. 2연패 후 3연승의 역스윕으로 시리즈를 승리한 두산의 '수비형 포수' 용덕한(29)이 준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것이다. 용덕한은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9타수 6안타로 타율 6할6푼7리 4타점의 '깜짝' 활약을 펼치며 대반전을 이끌었다. 의외의 선수에게 일격을 맞은 롯데는 결국 4~5차전에서 녹다운되고 말았다. 용덕한에게 마땅히 MVP가 돌아가야 할 이유였다.
용덕한이 이 정도로 활약해줄 것으로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두산의 주전 포수는 양의지. 포스트시즌이 처음이라는 약점이 있었지만 공격력이 좋아 중용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양의지는 1~2차전에서 블로킹에서 약점을 드러냈고, 첫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을 쉽게 이기지 못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4차전에서는 경기 도중 허리 통증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양의지가 난조를 보이자 두산 김경문 감독은 용덕한에게 조금 더 의지했다.

용덕한은 안정된 블로킹과 투수리드로 대반전을 보이지 않게 이끌었다. 4~5차전에서 두차례나 홈에서 주자들을 아웃시켰는데 길목을 완벽히 막고 있던 용덕한의 블로킹이 돋보였다. 4차전 7회 전준우의 1루 견제사는 빈틈을 놓치지 않은 용덕한의 날카로움이 묻어난다. 게다가 기대하지 않았던 타격까지 폭발했다. 4~5차전에서 모두 2루타 1개 포함해 3안타를 때렸다. 페넌트레이스에서 44타수 6안타로 1할대(0.136) 타자였지만 단 2경기 만에 6안타를 몰아쳤다. 4~5차전 결승타의 주인공도 다름 아닌 용덕한이었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도 적잖게 깜짝 MVP가 등장했다. 특히 두산에서 유독 많이 나왔다. 2001년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8타수 4안타 타율 5할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한 홍원기의 맹폭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란이었다. 같은 해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안경현이 16타수 9안타 타율 5할6푼3리 1홈런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중심타순에 견제가 몰리자 하위타순에서 연달아 터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안경현-홍성흔-홍원기로 이어지는 두산의 하위타순을 놓고 '안성기 트리오'라고 부르기도 했다. 결국 2001년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역대 두 번째 팀이자, 10승 투수 한명없이 우승한 첫 번째 팀이 되기도 했다.
2005년 한화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큰 경기에 남달리 강한 두산 베테랑 외야수 전상렬이 10타수 6안타 타율 6할 3타점으로 깜짝 MVP가 됐다. 타팀으로 범위를 넓히면 2002년 현대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6타수 3안타 타율 5할 2타점으로 활약한 LG 최동수(현 SK)와 2004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3타수 6안타 타율 4할6푼2리 2홈런 6타점으로 정규시즌 부진을 잊게 한 불방망이를 휘두른 삼성 외국인 타자 맨디 로페즈가 꼽힌다. 투수로 눈길을 돌리면 2005년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2.53으로 분투한 한화 최영필이 눈에 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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