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29)와 권오준(30)은 2005,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 이들은 사자 구단의 정상 등극에 이바지한 뒤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는 아픔을 겪었다. 4년 만에 정상 탈환의 기회를 얻은 만큼 가을 잔치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 두산과의 첫 대결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오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배영수와 권오준이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설렌다". 배영수의 첫 마디에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게 믿음이 생기고 있다. 그게 가장 중요한게 아니겠냐"며 "경험도 소중하지만 단기전은 당일 컨디션과 정규 시즌에서 쌓았던게 힘을 발휘한다. 흔히 포스트시즌을 가을 농사로 비유하는데 지난해 마무리 캠프부터 열심히 했으니까 좋은 결과로 보상받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권오준은 "부상 탓에 몇년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 긴장되는 건 없고 컨디션이 좋아지는 만큼 지금껏 경험을 바탕으로 마운드에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수는 포스트시즌 키플레이어로 손꼽힌다. 이에 대해 "키플레이어보다 선발 등판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이 아닌 처음이라는 각오로 나서고 싶다"며 "포스트시즌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이번 만큼은 결과를 떠나 나름대로 즐기고 싶고 행복한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권오준은 올 시즌 42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2세이브 3홀드(방어율 3.58)에 불과했다. 이번 가을 무대를 통해 자존심을 되찾을 각오. 그는 "자신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대에 보답할 만큼 자신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마운드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지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현재 컨디션은 좋은 편.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올라오고 있다. 좋았다가 안 좋아지는 것보다 안 좋았다가 좋아지니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쳤지만 최종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배영수는 "선수단 분위기는 4년 전보다 낫다. 그땐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선배들이 편하게 해주셔서 더 좋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활기차고 집중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전했다. 개인이 잘 해야 팀이 강해진다는게 그의 생각. 배영수는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 자신이 좋은 경기를 해야 하고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이 제 능력치를 발휘한다면 엄청난 힘이 생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딱이다"고 강조했다.
권오준 역시 "4년 전에는 정규 시즌 1위로 진출해 무조건 우승한다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는 2위로 올라가지만 시즌 중반부터 분위기가 아주 좋고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시즌 후반 들어 두산과 SK와의 상대 전적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다. 플레이오프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한국시리즈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what@osen.co.kr
<사진>배영수-권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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