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승리. 마지막 순간 그가 마운드에 있었다.
지난 7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삼성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큰 한판이었다.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이 73.1%에 달하는 1차전 승리팀이 됐다는 점도 크지만 8회 박한이의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 포함 대거 4득점해 6-5 역전승을 거뒀다는 점이 짜릿했다. 그리고 또 하나. 9회 1사에서 동점 및 역전주자들이 2·3루까지 진출한 대위기를 극복하며 1점차의 리드를 지켰다는 점이다. 그 순간 마운드에는 모자를 삐딱하게 쓴 안지만(27)이 환희를 만끽하고 있었다.
삼성으로서는 어렵게 뒤집은 경기를 자칫 내줄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선동렬 감독이 투수들 중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투수라 밝혔던 권혁이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후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경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이어 오재원의 유격수 앞 내야안타까지 나오며 역전주자까지 진출했다. 설상가상으로 3번 이종욱을 상대로 4구째 승부를 앞두고 홈플레이트를 밟은 상태에서 공을 놓쳐 보크를 범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1사 2·3루라는 긴박한 상황으로 돌변했다.

선동렬 감독은 재빨리 판단했다. 좌타자 이종욱을 상대로 좌완 권혁이 볼카운트 2-1으로 유리하게 끌고 가고 있었지만, 보크로 마음이 흔들린 권혁이 제 피칭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선 감독의 판단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안지만이었다.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 '특별한 투수' 안지만은 챙이 일자로 팽팽히 펴져있는 모자를 삐딱하게 쓴 채 힘차게 마운드에 올랐다. 오승환의 진중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안지만은 초구부터 142km 특유의 힘 있는 직구를 꽂아넣었다. 이종욱은 파울로 커트했다. 다음 공은 146km 직구로 더 빨랐다. 이종욱은 또 다시 파울로 모면했다. 이미 모든 타이밍이 직구에 맞춰진 상태. 이 순간 안지만은 131km 낮은 슬라이더로 이종욱의 허를 찌르는데 성공했다. 이종욱의 방망이가 반응했지만 둔탁한 음을 낸 타구는 유격수 김상수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 내야플라이. 큰 위기를 한 번 넘기는 순간이었다.
다음 타자는 삼성에 유독 강했던 양의지. 그러나 안지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초구부터 볼이 됐지만 몸쪽 높은 143km 직구를 꽂으며 양의지를 위협했다. 2구째 바깥쪽 127km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구째 바깥쪽 145km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4구째 바깥쪽 낮은 145km 직구는 스트라이크를 선언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2-3 풀카운트에서 마지막 6구째를 앞두고 안지만은 근처를 맴돌던 날파리를 쫓아낼 정도로 긴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리고 보란듯 142km 직구로 양의지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높은 코스는 다소 위험했지만 안지만의 볼끝은 훨씬 더 힘이 있었다.
이로써 안지만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2경기 1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1.04. 과거에도 포스트시즌에서 안지만은 강했다. 하지만 올해 안지만은 조금 더 중요한 임무를 맡아 위력을 과시했다. 삼성 선동렬 감독도 "우리팀에서 안지만의 구위가 가장 좋기 때문에 믿고 올렸다"고 말할 정도로 두둑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연일 불펜 투수들의 드라마 집필이 계속되는 있는 가운데 '해피엔딩 힙합작사가' 안지만의 존재는 삼성에게 더없이 든든할 따름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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