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FA 찬밥' 박한이, 백조되어 날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0.08 10: 23

2010년 벽두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하고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그는 시즌에 이어 단기전 중요한 경기에서 맹위를 떨치며 포효했다. 박한이(31. 삼성 라이온즈)가 멋진 송구로 선실점을 막고 극적인 결승포로 팀 승리까지 가져왔다.
 
박한이는 지난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회초 최준석의 뜬공을 잡은 뒤 멋진 홈 송구를 보여주며 정수빈의 득점을 저지한 데 이어 8회 상대 계투진의 핵 정재훈을 상대로 우중월 역전 결승 스리런을 작렬, 6-5 승리의 수훈갑이 되었다. 가히 '원맨쇼'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동국대 시절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으며 2001년 계약금 3억원에 입단한 박한이는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며 삼성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2007시즌 2할6푼7리 2홈런 27타점 10도루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다. 그와 함께 팀의 리빌딩 시도에 있어 박한이는 제대로 된 주축으로서 평가받지 못했다.
 
실제로 2008시즌 시범경기서는 선동렬 감독이 신인 허승민을 중용, 잠시 기회를 잃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으나 테이블 세터 요원으로서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평가 속에서 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박한이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3할1푼1리 2홈런 36타점 7도루로 마친 박한이는 FA를 신청했으나 결국 타 팀의 구애를 받지 못한 채 원 소속팀 삼성과 최대 6억 5000만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FA 시장에 나온 스타 플레이어들이 3~40억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맺은 것에 비교하면 '새신랑' 박한이의 계약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심한 마음 고생 속에 새로운 야구인생을 다짐한 박한이는 올 시즌 3할1리 11홈런 63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시즌 초반 3할6~7푼대 타율로 타격왕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던 박한이는 2004년 16홈런 이후 6년 만에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하며 날개를 펼쳤다.
 
명예 회복을 다짐한 2010년이었으나 페이스 조절이 아쉬웠던 박한이는 선 감독으로부터 '플레이오프 키플레이어'로 지목받은 뒤 1차전에서 북치고 장구치며 경기의 지배자가 되었다. 1회 1사 2,3루에서 최준석의 뜬공을 잡은 박한이는 노바운드 홈송구로 발빠른 주자 정수빈을 잡아냈다. 현역 시절 '대도'라는 별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동시에 김일권 본지 객원해설위원은 "박한이가 정말 멋진 송구를 보여줬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3-5로 뒤지고 있던 8회에는 정재훈의 실투를 공략, 제대로 받아쳐 우중월 스리런을 작렬했다. 이 한 방으로 삼성은 73.1%의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률을 자랑하는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에 성공했다.
 
경기 후 박한이는 "내가 아닌 선수단 모두가 키 플레이어다"라며 팀 주축으로서 동료들의 기운을 한꺼번에 북돋웠다. 어렵게 FA 계약을 체결한 후 예상된 치열한 외야 경쟁에 대해 "후배들이 잘 되는 것 또한 좋은 일 아닌가"라며 동료들을 돌아본 그는 또 한 번 10년차 베테랑의 책임감을 앞세웠다.
 
선수로는 최고의 기회인 FA 자격을 얻고도 제 평가를 받지 못해 심한 마음고생을 했던 박한이. 그는 팀을 궁지에서 끌어내는 확실한 활약을 통해 존재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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