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2차전] '책임감'으로 더 빛난 히메네스의 쾌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0.08 22: 31

[OSEN=대구, 특별취재반]7회말 등판을 앞두고 그는 몸을 덥히기 위해 일부러 트레이닝복 상의를 덧입고 땀을 냈다. 그리고 그는 7회초 공수교대와 함께 보무당당히 마운드로 향했다. 두산 베어스의 1선발 켈빈 히메네스(30)가 에이스란 무엇인지 제대로 일깨워주었다.
 
히메네스는 8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서 1회말 첫 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주었으나 이후 5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치는 등 7이닝 동안 110개(스트라이크 70개, 볼 40개)의 투구수로 5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1개)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이 4-3 가까스로 승리, 히메네스는 무실점 선발승으로 이날 경기의 영웅이 되었다.

 
최고구속은 150km로 특히 가장 좋았을 때 싱킹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를 회복한 것이 요점이다. 슬라이더 또한 140km까지 찍힐 정도로 위력적 궤적을 그렸다. 히메네스는 4-0으로 앞선 8회말 시작과 함꼐 레스 왈론드에게 바통을 넘겼다.
 
시작은 불안했다. 경기 전 내린 비로 인해 30분 가량 경기 개시를 기다려야 했던 히메네스는 1회말 1번 타자 박한이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뒤 조동찬에게도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 실점 위기에 빠졌다. 위기의 그를 구한 것은 두산의 수비 시프트였다.
 
페넌트레이스 종료 후 삼성 타자들은 청백전, 연습경기 등을 통해 실전 감각을 고양하는 데 주력했으나 본 게임 만큼의 긴장감은 없던 터. 1차전에서도 박한이의 스리런 덕택에 6-5 승리를 거뒀으나 효율성과 타선 연결 면에서 아쉬움을 비췄던 박석민, 최형우였기에 두산은 2루수 오재원을 2루 베이스 가까이로 붙이는 시프트를 펼쳤다. 무사 1,2루 상황이었다는 점이 시프트 운용의 가장 큰 이유였으나 이는 타자가 당겨칠 경우를 배제한 일종의 모험.
 
이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박석민의 잘 맞은 타구가 오재원의 글러브로 빨려든 뒤 최형우의 타구마저 직선타가 되어 병살 및 공수교대로 이어졌던 것. 수비진 덕택에 1회 위기를 넘긴 히메네스는 2회서부터 5회 1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쾌투를 선보였다. 2회초 또다시 16분 간 중단되어 어깨가 식을 위기를 이겨낸 분투였다.
 
다시 내린 비로 인해 타구 빠르기가 급격히 줄며 나온 박진만의 3루 내야안타로 다시 안타를 내준 히메네스. 그러나 이영욱의 2루 땅볼 때 오재원이 1루로 송구한 후 이를 잡은 1루수 김현수가 여유있게 2루로 송구해 박진만을 아웃시키는 역병살로 5회를 마무리했다.
 
6회초 3득점으로 4-0을 만든 두산. 6회초 공격이 끝난 후 무려 40여 분 동안 경기가 속개되지 못했음에도 불구, 히메네스는 다시 마운드에 올라 뒤이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어깨가 식어 경기 초반의 구위가 사라졌으나 그는 어려운 팀 상황을 감안해 역투를 펼쳤다.
 
7회초 팀의 공격이 펼쳐질 동안 히메네스는 어깨를 효과적으로 덥히기 위해 트레이닝 점퍼 상의를 덧입고 불펜 투구를 지속했다. 기량만이 아니라 팀을 위한 책임감까지 대단한 외국인 투수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한 장면이다. 후반 삼성의 추격세로 인해 정재훈을 제외한 필승 계투가 모두 출동했으나 이를 막기 위한 히메네스의 호투 과정은 분명 값졌다.
 
계투 소모로 인해 힘겨운 싸움에 나선 두산이었음을 감안하면 경기 대부분의 시간 동안 비가 내렸음에도 제 구위를 떨치며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히메네스의 활약은 1승은 물론 분위기 반전의 장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8일 경기는 두산 팬들에게 '왜 좋은 선발투수가 중심축이 되어야 하는 지' 알 수 있게 한 경기다.
 
<사진>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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