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특별취재반] 수비 실책을 이겨낸 슈퍼세이브였다.
'아기곰' 임태훈(22)이 두산 불펜의 에이스로 돌아왔다. 임태훈은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2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고 있는 9회 1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결정적인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며 팀의 4-3 승리를 지켰다. 개인 통산 3번째 포스트시즌 세이브. 1차전 삼성 승리의 순간 안지만이 있었다면 2차전 두산 승리의 순간에는 임태훈이 있었다.
긴박한 상황이었다. 2루수 고영민의 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쫓기는 상황. 주자는 1·3루에 리드점수는 고작 2점이었다. 네 번째 투수 이현승을 대신해 다섯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임태훈은 첫 타자 강봉규와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7구 승부에서 유격수 앞 땅볼로 잘 유도했다.

그러나 유격수 손시헌이 홈으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실책이 터져나오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3루 주자 최형우가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박진만이 3루, 타자 주자 강봉규는 2루까지 진출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 4-3, 1점차 리드에 1사 2·3루라는 절망적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임태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1사 2·3루에서 채상병을 맞아 초구부터 117km 커브를 던지는 두둑한 배짱을 과시했다. 이어 직구와 커브를 연속해서 던지며 채상병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그러나 풀카운트 끝에 선택한 7구는 직구도, 커브도 아니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절묘하게 떨어진 131km 슬라이더가 들어왔고 채상병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큰 고비를 한 차례 넘기는 순간이었다.
이어 9번타자이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김상수를 맞이했다. 임태훈은 1~2구를 볼로 던지며 불리한 카운트로 몰렸다. 하지만 특유의 142km 힘있는 몸쪽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각 큰 커브로 또 하나의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몰고갔다. 그리고 6구째 마지막 공은 바깥쪽에 꽉차는 147km 직구. 김상수는 방망이를 내지도 못한 채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임태훈의 혼이 실린 불같은 직구에 방망이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임태훈은 평소와 달리 크게 포효했고, 김상수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임태훈의 결정적인 세이브는 두산에게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허리 부상으로 기대치에 못 미치며 가슴앓이를 해야했던 임태훈으로서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산 불펜의 에이스로 화려하게 돌아온 임태훈의 존재는 남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게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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