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특별취재팀] 선발투수가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남은 2이닝을 막느라 진땀을 뺐다.
두산은 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3 승리를 거두며 반격의 1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필승계투조를 모두 소모하며 5-6 역전패를 당한 충격을 하룻만에 극복하고 승리를 따낸 아주 큰 수확이었다. 특히 전날 승리를 날렸던 불펜이 이날 결정적인 수비실책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지켰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2차전에서 두산 선발 켈빈 히메네스는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7회까지 110개의 공을 던지면서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최고 150km 강속구를 몸쪽으로 꽂아넣으며 삼성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다. 계속되는 악천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했다. 1차전에서 소모된 불펜 때문에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이겨냈다.

그러나 히메네스가 내려간 8회부터 두산 극장이 시작됐다.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레스 왈론드는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2개의 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특유의 각도 큰 커브는 위력적이었지만 삼성 타자들의 노림수에 당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고창성이 5구 승부 끝에 조동찬을 2루 땅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9회라는 마지막 고비가 남아있었다. 삼성이 사이드암 고창성을 상대로 좌타자 조영훈을 대타로 기용하자 두산 벤치에선 곧장 좌완 이현승을 올렸다. 그러자 삼성도 진갑용을 다시 대타로 넣으며 맞불을 놓았다. 이현승은 2-0이라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볼넷을 내줬다. 이어 최형우의 평범한 땅볼을 2루수 고영민의 어이없는 송구실책으로 주자와 타자가 모두 살게 됐다.
무사 1·2루 위기. 하지만 이현승은 채태인을 맞아 힘있는 직구로 승부하며 정면돌파했다. 4개의 공을 모두 직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는데 마지막 공은 145km짜리 직구였다. 구속이 올라오며 구위를 되찾은 이현승의 존재감 확인은 큰 수확이었다. 후속 박진만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며 1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대로 잘 막아냈다.
그리고 올라온 임태훈. 첫 타자 강봉규를 유격수 땅볼로 잘 유도했지만 믿었던 유격수 손시헌의 실책으로 3루 주자가 홈을 밟고 1루 주자와 타자 주자가 각각 3루와 2루까지 진출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고 말았다. 4-3, 1점차 리드에 1사 2·3루라는 최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임태훈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채상병을 131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뒤 김상수를 바깥쪽 꽉 차는 147km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했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자주 등판하는 마무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탈삼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두산 불펜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귀중한 1승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9회 겹친 수비실책으로 역전 직전까지 몰렸지만 마지막까지 집중한 불펜의 합심이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이 됐다. 불안했지만 힘겹게나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두산 불펜은 오히려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얻게 됐다. 정재훈이 체력적으로 회복하고 심적부담만 벗어던진다면 두산 불펜도 플레이오프에서 승부를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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