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불펜에는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어".
10일 잠실구장. 두산과의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둔 삼성 선동렬 감독은 경기 초반 실점을 최소화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 배경에 바로 두산의 불펜이 자리하고 있었다. 선 감독은 "두산 불펜은 준플레이오프부터 많이 던졌다. 길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 선 감독의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가게 한 투수가 있었으니 바로 '백조' 레스 왈론드(34)였다.

왈론드가 마당쇠 역할을 다시 한 번 완벽하게 수행했다. 왈론드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4로 뒤진 4회 1사 1루에서 3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김선우가 1⅓이닝 만에 내려간 뒤 2번째 투수 이현승이 2이닝 동안 45개의 공을 던진 상황이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왈론드를 올렸다. 왈론드는 첫 타자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채태인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무사히 마감했다.
5회부터는 완벽투였다. 5회 박진만-현재윤-이영욱을 내야 뜬공 2개와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날 경기 첫 삼자범퇴였다. 6회에도 첫 타자 김상수를 몸쪽 낮게 꽉차는 121km 낙차 큰 커브로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한 왈론드는 타격감이 좋은 박한이와 조동찬까지 모두 내야 땅볼로 깔끔하게 요리했다. 7회에도 왈론드는 첫 타자 박석민을 볼넷로 보냈지만, 최형우를 직선타로 처리하면서 박석민까지 더블아웃시켰다. 채태인마저 좌익수 뜬공 처리.
3⅔이닝 동안 48개의 공으로 삼성 타자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피안타는 하나도 없었고 볼넷만 2개를 내줬을 뿐이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나왔고 특유의 각도 큰 120km대 커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직구에 힘이 붙으면서 완급조절도 좋아졌다. 비록 왈론드는 뒤이어 나온 투수들이 동점을 허용해 구원승을 날렸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6경기에서 12⅔이닝 동안 2자책점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왈론드는 2010년 가을 최고 마당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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