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할8푼의 타율에 30도루가 올해 목표에요. 꼭 하고 싶습니다".
시범경기서의 쇄골 골절상으로 시즌 전 소리 높였던 목표를 모두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20세 소년은 생애 두 번째 가을잔치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 중이다. '신형 엔진' 정수빈(20. 두산 베어스)이 맹활약상을 펼치며 '견제 세력'을 넘어선 팀의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정수빈은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톱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리며 팀의 경기 초반을 주도했다. 2타점 동점타로 경기 분위기를 재미있게 끌고 간 주역이 정수빈. 팀은 연장 11회까지 가는 끝에 9-8로 승리했다.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두산에 2차 5순위로 입단한 정수빈은 실력이 없었다기보다 모교가 상대적 약체였던 점, 체구가 왜소하다는 점으로 인해 신인 지명에서 저평가된 케이스다. 2008년에는 캐나다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 주역 중 한 명으로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지난해 팀 내 신인으로는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넣으며 기대감을 높였던 정수빈은 데뷔 해 2할6푼4리 3홈런 17타점 13도루로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의심의 여지없이 이름을 올린 정수빈이었으나 그는 SK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연장 11회서 박재상의 타구를 놓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그와 함께 두산은 2연승 후 3연패 리버스 스윕 희생양이 되어 시즌을 마쳤다.
선수 본인 또한 그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터. 신인으로서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그는 당시 순간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여 타구를 유심히 쫓아야 했는데 그저 달려들기만 했다"라는 말로 자책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당당하게 목표를 숨기지 않았다.
"좋은 선배들이 계시잖아요. 그 틈을 제가 노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타율 2할8푼에 30도루를 하고 싶습니다. 팀에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를 굳히고 싶어요".
올 시즌 정수빈의 성적은 76경기 3할2푼2리 1홈런 19타점 13도루. 개막 전 부상 여파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분명 확실히 좋아진 성적이다. 김경문 감독 또한 정수빈에 대해 "내년에 한 번 스타를 만들어 보겠다"라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더욱 주목했다.
1차전 팀의 5-6 패배속에도 볼넷 3개를 골라내며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정수빈은 2차전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4-3 박빙승에 공헌했다. 여기에 3차전에서는 초반 주도권을 가져오는 공헌을 세우며 왜 감독이 그에게 주목하는 지 알 수 있게 했다.
선배들이 지키는 라인업 틈새 시장 공략을 노리는 정수빈이지만 그는 포스트시즌 동안 장타력과 수비력, 주루 능력을 함께 과시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을 확인시켰다. '스타의 붙박이 야구'가 아닌 새로운 선수들의 맹활약 속에 팀을 키워온 두산. 이는 정수빈이 더욱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다.
farinelli@osen.co.kr
<사진>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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