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미러클이 재현됐다.
두산이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플레이오프의 흐름을 가져오고 있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점차로 뒤지고 있던 연장 11회 마지막 공격에서 대거 3득점하는 가공할만한 저력을 발휘하며 극적인 9-8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가히 미러클이라 할 만하다. 두산으로서는 이기기 힘든 경기를 이겼다는 점에서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두산은 이날 무려 9명의 투수를 투입했는데 이는 역대 포스트시즌 팀 최다투수 출장 타이 기록이다. 선발 김선우가 1⅓이닝만 던지고 조기강판돼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현승과 레스 왈론드라는 미운오리들이 백조로 변신해 마운드에서 최대한 버텨줬다.

타선에서는 '타격기계' 김현수가 두 차례나 찬스의 맥을 끊으며 찬물을 끼얹었다. 1회 2사 만루에서 평범한 땅볼로 물러나더니 3회에도 1사 1·3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났다. 보다 못한 김경문 감독도 김현수를 교체하고 말았다. 마운드에서는 정재훈이 또 한 번 결정적인 피홈런을 얻어맞으며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투타의 핵들이 차례로 무너졌는데도 두산은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경기를 뒤집고 끝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에 승운이 우리에게 따라줘 이겼다. 8~9회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좋은 찬스가 왔는데 못 살리면서 삼성 쪽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했다"며 "선수들이 연장까지 가서 끝까지 뭉쳐있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11회) 먼저 2점을 내주면서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을 다시 뒤집었다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웃어보였다.
김 감독은 "경기를 너무 오래하다 보니 머리가 너무 아프다"면서도 "준플레이오프부터 좋은 무드를 선수들이 타고 있기 때문에 4차전에서도 지금 무드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4차전에서도 미러클의 분위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김 감독도 '미러클' 야구에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킨 주장 손시헌도 "우리팀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 지고 있어도 다급한 마음보다는 차분한 마음을 갖는다.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설령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선수들이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후회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