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2008년 가을. 두산 김현수(22)는 그라운드에 눈물을 뿌렸다. 자신이 친 병살타로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됐다는 자책감에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2년의 세월이 흐른 2010년 가을.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목에서 김현수에게 또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병살타를 치고 그라운드에 그만 주저 앉아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시련의 가을이다. 김현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 우려되는 가을 징크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현수는 가을에 약하다는 평가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SK전을 빼면 그렇게 못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시즌 중 기대치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동안 나지 않았던 성적이 가을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편안하고 여유있게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며 여유를 보였다. 실제로 올해 전까지 김현수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2할9푼 5홈런 14타점으로 기본성적은 냈다. 다만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1안타 타율 4푼8리로 크게 부진했던 기억이 오래가는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김현수는 자칫 '가을만 되면 약해진다'는 편견 또는 선입견이 고정관념이 될 상황에 처해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7타수 2안타 타율 1할1푼8리로 침묵할 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특유의 라이너성 타구도 잘 나오지 않으면서 삼진만 6개나 당했다. 결국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포스트시즌 34경기 모두 선발출장했던 김현수에게는 큰 자극이었다. 그러나 충격 요법마저 통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도 5타수 무안타에 병살타만 2개나 때린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22타수 2안타로 타율이 1할도 되지 않는 9푼1리에 불과하다. 대신 삼진을 6개나 당하면서 병살타를 2개나 기록했다. 득점권에서도 8타수 무안타로 타율이 제로다. 김현수의 성적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급기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1회 2사 만루에서 초구를 건드려 2루 땅볼로 물러난 뒤 3회 1사 1·3루에서 2구째를 때려 병살타로 물러나는 최악의 장면을 연출했다. 김현수는 1루 베이스 부근에서 쭈그린 채 일어서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곧장 김현수를 벤치로 불러들여버렸다. 시련의 절정이었다.

▲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
김현수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김경문 감독은 "전부 다 잘하면 얼마나 좋겠나. 현수도 야구가 안 될 때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시간이 현수에게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고선수 신화를 쓰며 최고스타로 성장해 온 김현수가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과정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다. 그러나 김현수는 이미 그런 시련을 2년 전에 한 번 겪었다. 자칫하다 가을만 되면 약해지는 선수로 낙인찍힐 수 있다. 큰 경기에서의 좌절은 오랫동안 가기 때문이다.
제1세대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현역 시절 호타준족으로 명성을 떨친 김일권 본지 객원해설위원은 김현수의 정신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김 위원은 "지금 김현수의 타격에는 여유가 없다. 자신감 없는 스윙으로 끌려다니고 있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더 집중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신없는 스윙으로 초구 내지는 2구에서 공격한 김현수의 쫓기는 타격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이어 김 위원은 "아직 한창 젊은 나이의 선수 아닌가. 육체적 문제보다는 정신적으로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은 김현수에게 자신감과 초심을 강조했다. "야구는 3할만 잘 해도 인정받는 스포츠다. 이런 스포츠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 타석을 잘못쳤다고 해서 좌절하고 괴로워하면 안 된다. 기회가 많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 위원의 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은 "김현수가 신고선수 시절의 설움을 지금 벌써 잊어 버려서는 안 된다. 장종훈이 대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수에게 '피와 살'이 될 첨언이다.
김현수가 병살타를 때리고 1루 근처에서 주저앉아 좌절하고 있을 때 1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운 두산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치고 격려했다. 팀 동료들은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대역전승하며 그의 얼굴에 그늘을 지우고 미소를 되돌려줬다. 그런 팬들과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김현수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시련에 좌절하고 있기에는 김현수에게 남은 앞날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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