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김경문), "오늘만 야구하는 게 아니다"(선동렬).
2010 플레이오프의 균형추가 두산으로 기울고 있다. 승부의 분수령인 지난 10일 3차전에서 5시간짜리 스펙터클 공방전을 벌인 끝에 9-8로 재역전승을 거두었다. 남은 2경기에서 1승을 챙기면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할 수 있다. 반면 삼성은 8-6으로 앞서고도 경기를 내줘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경기 후 두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말을 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이기는 야구를 하는데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필승을 위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벌인다는 뜻이다.

김현수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승부수를 띄웠고 예전 같으면 붙박이 4번이었던 김동주 대신 최준석을 기용하기도 했다. 임태훈과 고창성은 연일 마당을 쓸고 있다. 번트와 강공을 적절히 섞어가는 유연성도 발휘한다. 어찌 보면 곰보다는 여우의 냄새를 풍긴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자존심을 챙기기 보다는 이기는 경기를 위해 냉철하게 행동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는 점에 대해 미안함을 표시한 말일 수 있다.
선동렬 감독은 11회말 자청해 불펜 대기했던 차우찬을 투입하지 않은 점에 대해 "오늘만 야구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마운드에서 정인욱이 고전하고 있었다. 안타와 볼넷 2개로 만루 역전 위기를 맞았으나 바꾸지 않고 밀어붙였다.
불펜에서는 크루세타와 차우찬이 몸을 풀고 있었다. 선 감독은 잠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우찬은 선발 요원이고 4차전에 나갈 수도 있다. 갑자기 몸을 풀어 구위도 자신하기 어렵다. 크루세타는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포기했다.
또 하나는 정인욱을 그대로 밀고 간 것은 20살 젊은 투수의 경험과 성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위기에 몰렸을 때 불펜에 믿을 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인욱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놔두었다고 볼 수 있다.
선 감독은 경기 후 "좋은 약이 됐을 것이다"고 말했다. 결과론을 적용하자면 정인욱 카드는 실패했다. 그러나 달리 보면 선 감독은 거시적 측면에서 차우찬을 보호하고 정인욱의 앞날을 선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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