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잠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다음을 기약했던 주전 유격수와 베테랑 외야수가 제대로 뭉쳐 팀 승리를 합작했다. '동안의 주장' 손시헌(30)과 국내 최고급 외야수비를 자랑하는 임재철(34. 이상 두산 베어스)이 패색이 짙던 순간을 되돌려 팀의 플레이오프 2승 째를 견인했다.
손시헌과 임재철은 지난 10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연장 11회말 각각 끝내기 중전 적시타와 2타점 좌익수 방면 동점타를 때려내며 9-8 짜릿한 끝내기 승리의 두 축이 되었다. 이들은 5할 승률(63승 3무 60패, 5할1푼2리)을 기록하고도 5위로 가을잔치에 참석하지 못한 2006년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다음을 기약하며 팬들과 한시적 이별을 했던 선수들. 그들이 4년 전의 눈물을 씻고 같은 곳에서 팀 승리를 합작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2003년 동의대를 졸업한 뒤 어느 팀에서도 지명받지 못한 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손시헌은 탄탄한 수비력으로 제 입지를 다진 입지전적인 선수다. 2005시즌에는 2할7푼6리 4홈런 60타점을 기록하며 유격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06년을 끝으로 상무에서 2년 간 복무한 손시헌은 제대를 앞두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을 쏟으며 심심치 않게 한 방도 때려내는 유격수로 되돌아오고자 노력했던 선수다. "입대 전보다 팀 내 내야 선수층이 더욱 두꺼워졌다. 긴장감을 가슴에 품고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라며 병장 말년 당시 훈련 과정을 밝혔던 손시헌은 지난해 2할8푼9리 11홈런 59타점의 성적표로 생애 두 번째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었다.
올 시즌 주전 유격수이자 주장의 중책을 함께 소화한 손시헌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수비력을 다시 회복하며 2연패 후 3연승 리버스 스윕의 주역 중 한 명이 되었다. 8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홈 악송구로 인해 불안감을 비추기도 했던 손시헌이지만 3차전에서는 2차 시도 끝에 천금 같은 결승타를 때려냈다.
11회말 무사 2,3루서 손시헌은 정인욱의 5구 째를 통타해 전진 수비를 펼친 2루수 신명철의 글러브를 외면한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짧은 우익수 뜬공으로 찬스를 무산시켰던 그는 이 안타로 주장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했다.
경기 후 손시헌은 "11일 4차전을 이겨 좀 더 일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다면 좋겠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있었으면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라는 말로 4차전 필승보다 선수단의 단결을 중시했다. 말을 앞세우기보다 행동으로 주장의 임무를 다하려는 그 다운 이야기였다.
2년 간의 상근 예비역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주전 우익수로 2할8푼1리 6홈런 50타점 11도루 호성적을 올리며 활약했던 임재철은 올 시즌 이성열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교체 요원으로 나서는 데 익숙했던 선수. 다른 선수 못지 않게 열심히 훈련했음에도 페넌트레이스에서 확실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바람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외야수 중 한 명이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는 그간 출장하지 못했던 한풀이를 방망이로도 한껏 내뿜고 있다. 데뷔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서 3할5푼7리(14타수 5안타) 2타점에 '레이저빔 송구'도 함께 보여준 임재철은 두 번째 소속팀이던 삼성을 상대로 앞선 2경기서 무안타에 그쳤으나 3차전서는 선구안을 발휘한 동시에 천금같은 동점타를 작렬하며 제 힘을 뽐냈다. 11회 무사 만루에서 부담없이 정인욱의 5구 째를 당겨 좌측 담장을 맞추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것.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9회말 안지만을 상대로는 임재철의 선구안이 빛났다. 묵직한 직구로 두산 중심타선의 무릎을 번번이 꿇게 했던 안지만을 상대로 볼카운트 2-0까지 몰렸던 임재철은 파울 커트와 기다림을 통해 결국 볼넷까지 얻어 출루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내가 미치고 싶다"라던 임재철은 미친 선구안에 실투를 놓치지 않은 과감함까지 내뿜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이 임재철의 인터뷰실 입장에 "아유, 이리로 오세요"라며 인터뷰장 가운데로 직접 인도했을 정도.
"특별히 노렸던 공은 아닌데 마침 5구 째 정인욱의 공이 몰려서 들어와 득달같이 당겨쳤다. 9회에는 안지만의 구위가 평소만큼 뛰어난 것 같지 않아 일단 골라낸 뒤 뒤를 이은 (손)시헌이가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웃음)
2년 간의 군복무 공백을 무색케하는 활약을 2시즌 간 펼친 손시헌과 임재철이지만 이들은 2005년 삼성과의 4연전 이후 매년 한국시리즈를 밖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선수들이다. 더욱 큰 경기에 목이 마른 두 예비역이 한국시리즈 진출 명운이 달린 4차전에서도 제대로 된 힘을 내뿜을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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