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다는 안도감이 들더라구요. (김)성배형이랑 (김)창훈이형이랑 '살았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얼싸안았어요".
아웃카운트 없이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패전 위기에 놓였으나 타선 덕택에 위기를 넘긴 신예는 오히려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2년차 우완 성영훈(20. 두산 베어스)이 지난 10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9-8 연장 11회 승리)을 돌아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두산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성영훈은 "직구만 던져도 공략이 어려울 정도"라는 평을 받는 즉시 전력감 신예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첫 해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그리고 올 시즌에는 투구 밸런스 붕괴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교육리그에서 제 구위를 되찾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 속에 마무리 이용찬을 대신해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성영훈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성영훈은 7일 대구에서의 1차전 ⅓이닝 무실점 이후 3차전 6-6으로 맞선 연장 11회초 마운드에 올랐으나 첫 타자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고 김창훈에게 바통을 넘겼다. 최고구속은 148km.
삼성이 채상병의 몸에 맞는 볼, 김상수의 스퀴즈 번트로 8-6을 만들어 패전투수가 될 위기에 처했던 성영훈은 11회말 임재철의 동점 2타점과 손시헌의 끝내기타로 경기가 끝난 뒤 비로소 웃음을 지었다. 11일 잠실에서 만난 성영훈은 "태어나서 벤치에서 그렇게 소리를 크게 지른 적은 처음이다"라며 경기를 돌아보았다.
"던지면서 '아, 이제 고등학교 때 구위를 제법 찾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3구 째가 박석민 선배 몸에 맞은 게 너무 아쉽더라구요. 게다가 삼성에서 2점을 뽑아냈으니. 우리 공격 때 정말 '파이팅 파이팅' 소리 엄청 질렀어요.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크게 소리지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기록과 상관없이 김경문 감독은 성영훈의 구위에 만족을 표했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인데도 주눅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라며 다음 기회를 도모 중임을 넌지시 밝힌 김 감독이다.
손시헌의 끝내기타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성영훈은 "일단 축하 대열에서 계속 기쁨을 누리다가 마침 성배형이랑 창훈이형이랑 눈이 마주쳤어요. 말할 겨를도 없이 셋이서 부둥켜 안았지요"라며 웃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다른 한 켠에서는 김선우와 정재훈, 김현수가 서로 얼싸안고 안도감을 표시해 더욱 이채로운 장면이었다.
"다음 기회에는 정말 잘 던지면서 팬들에 어필하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인 성영훈. 묵직해진 구위와 함께 자신감도 부쩍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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