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에서 그는 확실한 활약을 선보이며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만회점이 절실한 순간 우직하게 달려들다 제대로 막아낸 포수의 태그를 피하지 못했다. '두목곰' 김동주(34. 두산 베어스)의 6회 득점 무산은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김동주는 1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7-8 석패 속에서도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했다. 그러나 6회말 2루 주자로 서있다가 손시헌의 좌전 안타에 홈까지 쇄도하는 과정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2-7로 뒤진 상황에서 바뀐 투수 권오준의 초구를 잘 공략해 중전 안타를 때려낸 뒤 임재철의 우전 안타에 2루까지 진루하며 1사 1,2루를 만든 김동주는 손시헌이 권오준의 5구 째를 당겨 적절한 안타를 때려내자 곧바로 홈으로 달렸다. 만회점이 절실했던 만큼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좌익수 최형우의 송구는 바운드되어 홈으로 향했다. 타이밍 상 김동주가 세이프될 수 있던 상황이었으나 김동주는 진갑용이 지키고 있는 앞쪽으로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그러나 진갑용은 2차전서 이성열의 유격수 플라이 때 이종욱에게 득점을 내준 현재윤과 달리 홈플레이트를 확실히 지키고 있었다. 결국 김동주의 다리는 진갑용에게 가로막혀 태그아웃처리 되고 말았다.
2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 획득에 공헌한 김동주는 올림픽 당시 일본과의 본선 풀리그 전에서 몸을 살짝 틀어 손바닥으로 홈플레이트를 훑는 고급 주루 기술을 보여줬던 바 있다. 고려대 시절 이후 몸이 불어나 빠른 발을 선보이기가 어려워졌으나 센스만은 살아있음을 보였던 순간이다.
자신을 잡기 위해 날아드는 송구는 볼 수 없었으나 포수가 어떤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는 알 수 있던 순간. 접전 타이밍이 되었더라도 김동주가 뒤로 돌아 베이징 올림픽 때의 슬라이딩을 보였더라면 진갑용의 포구 후 태그 동작에 한 박자가 더해져 충분히 세이프 판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0 플레이오프 4차전의 김동주는 너무나 우직하게 쇄도해 아웃처리되는 비운을 맛보았다. 7회 집중 5득점으로 7-7 동점에 성공했으나 두산 입장에서 이 득점이 성공해 추격세를 한 발 더 앞당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다.
farinelli@osen.co.kr
<사진>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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