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부활하는' 배영수, 임창용의 길을 걷는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0.12 10: 24

"(임)창용이형한테 많이 배웠는데 주자가 있을 때는 세게 던지라고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구위를 찾기 시작한 그의 모습에서 일본 열도를 호령하는 마무리 투수의 위용이 겹쳐 보였다. '불굴의 에이스' 배영수(29. 삼성 라이온즈)의 구위 회복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배영수는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7로 앞선 8회말 안지만을 구원해 1⅓이닝 동안 탈삼진 2개를 곁들인 퍼펙트 투구로 세이브를 올렸다. 7회 집중 5득점으로 상승일로를 걷던 두산 타선에 찬물을 끼얹는 쾌투였다.
 
경기 후 배영수는 "분위기가 넘어가던 순간에 세게 던지려고 노력했다"라며 "임창용 선배에게 많이 배웠는데 주자가 있을 때는 확실히 세게 던지라고 배웠다"라는 말로 선배의 가르침을 이야기했다. 140km대 후반까지 구위를 회복한 만큼 자신감을 바탕으로 존경하는 형의 이야기에 충실했음을 밝힌 것.
 
둘은 묘하게 닮아있다. 임창용 또한 2004시즌 이후 팔꿈치 수술로 인해 3시즌 동안 1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06년에는 단 한 경기 출장에 그치며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린 것과 다름없었고 2007시즌에도 5승 7패 3홀드 평균 자책점 4.90으로 '애니콜' 시절의 위용을 떨치지 못했다. 결국 국내 이적시장에까지 나왔던 임창용은 삼성의 임의탈퇴 과정을 거쳐 일본 센트럴리그 야쿠르트로 이적했다.
 
그리고 임창용의 삶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최고 158km의 꿈틀대는 뱀직구를 찾은 임창용은 2008년 33세이브를 올리며 일약 야쿠르트 마운드의 수호신이 되었고 3시즌 통산 7승 11패 96세이브 평균 자책점 2.14로 일본 정상급 마무리로 자리를 굳혔다. 현재 임창용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인기구단의 러브콜을 받는 정상급 마무리 투수다.
 
 
 
 
2004년 손민한(롯데), 박명환(당시 두산, 현 LG)과 함께 '우완 빅3'로 평가받았던 배영수. 150km을 상회하는 빠른 직구에 원하는 코스에 공을 꽂는 제구력을 바탕으로 에이스 노릇을 하던 배영수는 2006시즌 이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이듬해를 통째로 쉬었다.
 
2008시즌 다시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했으나 9승 8패 평균 자책점 4.55로 이름값에 거리가 있는 성적을 올린 배영수는 지난해 1승 12패 평균 자책점 7.26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40km를 넘는 공을 보기 힘들었던 배영수의 고난기였으며 제 구위를 떨치지 못하던 2005~2007시즌의 임창용과 비슷했다.
 
올 시즌 초에도 빠른 구속을 보여주지 못하며 '기교파 투수'로의 변신을 꾀했던 배영수.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그의 직구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전성 시절의 150km이상의 속구는 아니었으나 140km대 후반까지 빠르기가 상승했고 9월 4경기서는 평균 자책점 2.38로 쾌투했다.
 
지난 8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5이닝 4피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기는 했으나 완급조절을 통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배영수는 4차전에서 수호신 노릇을 했다. 사흘 전 62개의 공을 던진 동시에 선발 조정기간을 거쳤기에 그 또한 쉽지 않은 등판이었으나 배영수는 팀을 위해 5차전 선발 등판 대신 4차전 경기 매조지를 선택했고 결과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사흘 전에는 배영수의 선발등판을 야쿠르트 스카우트가 지켜보고 갔다. 수술 후 배영수의 3년 간 시즌 성적이 예년만큼 나오지는 않았으나 임창용의 부활 혜택을 톡톡히 본 입장인만큼 그 궤적을 비슷하게 걷는 배영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배영수는 고난의 시기를 거쳐 다시 속구를 회복하는 과정을 밟으며 3년 전의 임창용을 연상케 하고 있다. '권토중래'를 위해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에이스가 팀을 4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끌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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