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배영수-임태훈, 최종전 최후 보루 맞대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10.13 07: 10

최종 5차전은 결국 최후의 보루 대결이다.
역대 26차례 플레이오프에서 최종전까지 간 것은 모두 9차례가 있었다. 한 가지 특징은 선발승이 단 1승뿐이라는 점이다. 1992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해태에게 선발승을 거둔 롯데 윤학길을 제외하면 나머지 8경기는 모두 구원승이었다. 최종전에서 그야말로 총력전을 벌인 결과로 풀이된다. 그만큼 최후의 보루로 나설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이번 5차전에서 삼성은 배영수(29), 두산은 임태훈(22)이 그 역할을 맡는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승부가 치러지고 있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삼성의 가을 사나이

배영수는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5이닝 동안 62개의 공을 던지면서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꽤 선방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5이닝을 채운 투수가 바로 배영수였다. 하지만 배영수는 4차전에서 8-7, 1점차로 쫓긴 2사 3루 긴박한 상황에서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로 막아냈다. 당초 5선발로 내정된 배영수였지만 안지만마저 무너진 상태에서 삼성이 믿을 투수라고는 배영수밖에 없었다. 배영수는 완벽한 피칭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가을잔치에서 선발과 구원을 넘나드는 건 배영수에게 어색한 일이 아니다. 올해까지 역대 포스트시즌 25경기에 등판한 배영수는 6승5패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는데 6승 중 3승이 구원승이었다. 선발이면 선발, 구원이면 구원 가리지 않고 팀의 요청에 응했다. 임창용 이후 최고의 애니콜이다. 무엇보다 직구 구속이 최고 147km을 찍을 정도로 구위가 완전히 올라왔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전성기적 위력을 보인 변화구들도 직구의 힘이 살아나자 덩달아 춤을 췄다.
삼성은 5차전 선발로 차우찬을 내보낸다. 배영수는 5차전에서도 불펜에서 대기한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가장 경력이 많은 투수 중 하나다. 경험이 많다는 점을 높이 산다"며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배영수는 "다들 나보고는 안 된다고 그랬었다. 그런데 나는 해냈다. 배영수가 다시 살아있다는 것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겠다. 지금까지 해온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삼성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가장 어려운 순간 마운드에는 다름 아닌 배영수가 서 있었다. 삼성의 가을, 역시 배영수가 있어야 볼맛이 난다. 5차전에서도 삼성은 배영수를 굳게 믿고 있다.
▲ 두산의 믿을 보루
두산은 마무리투수 이용찬이 불의의 음주운전 파문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 역할을 경험 많은 '홀드왕' 정재훈이 맡았지만 믿기지 않는 피홈런의 연속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하지만 두산은 십시일반의 힘으로 뒷문을 힘겹게나마 지켜내고 있다. 레스 왈론드·고창성·이현승 등이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투혼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4년차 '아기곰' 임태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심각한 허리 통증에도 불구하고 최고 149km 강속구를 뿌리며 정면승부하고 있다.
임태훈은 당초 허리 통증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 여부가 불투명했었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며 볼넷 3개를 남발하며 4실점(2자책)으로 무너졌다. 15개의 공을 던졌지만 그 중 12개가 볼이었다. 모두가 임태훈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임태훈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깜짝 선발로 나와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9km까지 찍혔다. 공이 아니라 투혼을 던졌다.
임태훈의 투혼은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차전에서 4-3, 1점차로 쫓기던 1사 1·3루 위기에서 탈삼진 2개로 위기를 벗어나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3차전에서는 2⅓이닝 동안 탈삼진 3개 포함해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4차전에서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9차례 득점권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인다. 포스트시즌 5경기·8⅔이닝 무실점 행진. 김경문 감독은 "직구의 위력을 되찾았다. 경기 막판 믿고 맡길 수 있다"며 믿음을 보내면서도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그의 투혼이 5차전에서도 빛을 발한다면 두산의 손에는 인천행 티켓이 쥐어져 있을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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