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의 호투 여부에 계투진의 운용은 물론 팀의 최종 성적이 달린 만큼 부담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13일 달구벌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나서는 두산 베어스의 1선발 켈빈 히메네스(30)의 어깨는 그래서 더욱 무겁다.
올 시즌 14승 5패 평균 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카도쿠라 겐(SK)과 함께 올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히메네스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 평균 자책점 8.10의 부진을 딛고 지난 8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로 팀 분위기까지 바꿔놓았다.

특히 비로 인한 경기 시작 지연 및 두 차례의 경기 중단에도 불구, 7회말 공수교대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110개의 공을 던졌다는 점은 분명 높이 살 만 했다. 지난 6월 24일 삼성전(6이닝 5피안타 1실점)서 116구를 던진 것이 1경기 최다투구인 히메네스는 경기 후 도리어 "쉬면서 던진 것이 내게 도움이 되었다"라며 선수단의 염려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는 자신을 시즌 내내 배려하려 노력했던 코칭스태프에 대한 보답도 담겨있다. 시즌 초 김경문 감독은 히메네스의 경기 당 투구수를 조절하며 "미국에서 주로 계투출장했던 투수다. 팀 사정에 맞춰 너무 많은 투구수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서늘한 날씨가 낯선 투수기 때문에 어깨 상태도 면밀히 체크하려 한다"라는 말로 '1선발'에 대한 배려심을 나타낸 바 있다.
9월 페넌트레이스 종료 시점까지 히메네스의 등판 횟수는 두 차례에 불과했다. 그 당시에는 히메네스의 어깨 근육이 다소 뭉쳐있었기 때문.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맹활약을 해줄 선수다. 어깨도 무거운 느낌이라는 데 최대한 배려해 줄 것"이라며 "선수 본인도 이 배려를 알고 있을테니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라는 말로 은근한 기대를 비췄다.
히메네스의 투구 스타일은 몸 전체를 크게 움직이기보다 유연하고 역동적인 팔스윙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손목힘이 좋아 싱킹 패스트볼의 빠르기와 움직임도 현장의 야구인들이 '최고'로 일컫는다. 선수 본인의 야구 지능도 좋은 편이라 이따금씩 타자 몸쪽에 붙이는 빠른 공도 섞는 스타일. 3년 전 22승을 올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전 야쿠르트)가 갖추지 못한 장점도 지닌 투수임에 틀림없다.
그의 선발 맞대결 상대는 올 시즌 10승 2패(승률 8할3푼3리)로 승률왕 타이틀을 거머쥔 좌완 영건 차우찬. 1차전에서 선발로, 4차전에서 계투로 나선 차우찬은 2경기서 평균 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1차전에서 슬라이더는 원하는 곳에 꽂아 넣었으나 직구 제구가 되지 않아 4이닝 5피안타(사사구 5개) 5실점으로 고전했던 차우찬은 4차전서 1이닝 동안 탈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하는 위력을 선보였다.
차우찬의 4차전 투구수는 11개에 불과, 선발 등판 이틀 전 통상적인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2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한 배영수도 좋은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으나 현 상황에서는 차우찬이 2차전서의 배영수보다 더 나은 투구를 보여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히메네스의 호투는 물론 매 경기 1회 공격에서 찬스를 번번이 놓쳤던 두산 타선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
5차전 승리를 거머쥘 경우 두산은 4년 연속으로 SK와 김성근 감독의 벽 앞에 '3전 4기'를 꿈꾸며 맞서게 된다. 2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바라보는 길에 삼성이라는 험준한 산을 만난 두산이 히메네스의 어깨를 앞세워 등정을 노린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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