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기영, "이러다 천연기념물 되겠어요!"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0.10.13 16: 35

30대 여성 솔로가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박기영이 돌아왔다. 새 앨범 7집은 '우먼 비잉(Woman being)'이란 제목으로 '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기영에게 '우먼 비잉'은 여성,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여성 음악인으로서의 의미를 다양하게 지닌다.
지난 1998년 1집 앨범 'One'으로 데뷔한 후 벌써 가수 활동 10년이 넘은 그녀다. 30대가 되고 아내가 된 박기영 본인만큼, 세상도 변했다. 요즘 가요계에 컴백해 어려움이 없는지에 대해 묻자 바로 "이러다 '천연기념물'이 되겠어요!"란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방금도 라디오 일정을 마치고 왔는데 (이)현우 오빠랑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앞으로 우리 영역의 가수들이 음악을 어떻게 작업해야 할 지, 대안은 없는지에 대해서요"라고 말했다.

싱글이 주류가 된 현 가요계에 정규 앨범을 들고 온 그녀가 사실 대단(?)하다고도 하다. '우먼 비잉'에는 정성을 들인 총 12곡의 노래가 빼곡히 답겼다.
"요즘에는 싱글이 쏟아지고 정규 앨범을 내는 일이 드물죠. 어떻게 보면 음반에 '장인정신'이 없어지는 거거든요. 그런게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사실 같은 무대에 서면 누구는 싱글 갖고 와서 노래 부르고, 나는 정규 앨범으로 12이곡 있는데 한 곡 부르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음악적으로 소통하는 다른 가수들과도 현 가요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녀다. 박기영은 IT, PC 산업 등이 음악을 희생시켰다고 말한다. "음원 다운, 컬러링 등으로 음악이 소모품화된 건 사실이죠. 이제 누가 음반을 소장하려고 하겠어요. 영화 같은 경우는 스크린 쿼터제라도 있어 국가 정책적으로 지켜주는만, 음악은 그에 비해 정책적인 혜택을 못 받았죠." 또박또박, 그리고 조목조목 자신의 신념과 음악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박기영에게서는 남다른 진지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산업이 문화가 잠식한다"고 말한다. "제가 투쟁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가요계에 장르의 다양성이 많이 부족해 너무 아쉬워요. 저는 그냥 음악이 너무 좋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가다보면 천연기념물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뮤지션인 걸 서로 인정해주고 같이 음악적으로 공유하고 공감하고..지금은 그런 감정 자체가 버려진 듯한 느낌이 들어 슬프네요."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민망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이제는 거의 모든 음악 관련 프로그램도 아이돌이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다. 밑에서는 언더로부터, 위에서는 아이돌한테 치이는 듯한 느낌도 사실 든단다.
또 박기영은 여성 싱어송라이터 계보가 이대로 끝날 수 있을 것 같다, 는 생각에 불안도 느낀다고 전했다. 그런 면에서 후배 가수 윤하를 주목하고 있다고. "윤하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음악에 미쳐서 사는 아이에요. 지금의 윤하 뿐 아니라 '30대의 윤하'가 계속 있어요 해요. 그러려면 가요계 환경이 받춰줘야 하죠. 노래 잘하고 음악을 아끼는 후배들을 보면 너무 예뻐요. 윤하와는 종종 전화통화를 하는데 '조급함을 갖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박기영은 고집있는 가수다. 본인 스스로 '트렌드가 뭔지 참 모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리메이크가 폭풍으로 유행할 당시에도, 시류에 합승하지 않았다. 모든지 '쉽게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
"리메이크나 아이돌 가수의 피처링이나 트렌드에 맞추고 너무 쉽게 쉽게 고민없이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진지하고 정성있게 만들면 좋죠. 하지만 그렇지 않고 그저 유행을 따라간 음악들도 많이 있어 안타깝죠. 사실 음악을 들으면 이게 고민을 했는지 안 했는지 흔적이 보이거든요. 자칫 아무리 열심히 해도 후자 쪽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요. 심수봉 선생님의 '비나리'를 리메이크 할 때도 굉장히 조심스럽고 선생님께 직접 허락도 구했어요. 심수봉 선생님이 제 음악에 만족해주시고 댁에도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뭐든 트렌드를 제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 싶진 않습니다."
화제를 바꿔 결혼에 대해서 물었다. 지난 5월 한살 연상의 변호사와 결혼한 박기영은 현재 5개월차 신혼 주부다. 그녀의 웃는 모습에서는 깨소금 향기가 솔솔난다. 결혼을 해서 "정말 너무 행복하다"는 그녀는 이번 타이틀곡 '빛'이 어두운 가사를 담고 있어 자신의 현재 상황과 어울리지 않아 고민도 많이 했단다.
"제가 마음이 안 따라주면 몸이 안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이렇게 행복한데 어두운 노래를 부를 수가 없는 거에요.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런데 대표님이 '배우가 결혼해 행복하도고 즐거운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두 달 정도 고민했는데 천천히 이해가 갔어요. 그리고 지금은 타이틀곡 '빛'에 너무 만족합니다"
마치 시차적응을 하듯, 결혼을 하고 나서 생활 리듬이 바뀌고 활동 시간이 바뀐 그녀다. 박기영은 "삶의 5시간 정도 시차를 땡겼어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마지막으로 여성 대중음악인으로 사는 그녀에게 '대중'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내가 대중을 따라가서도 안 되고, 대중에 너무 앞서도 안 되죠. 앞서면 내가 스트레스받고 따라가면 내가 죽고 없어져요. 함께 가아죠."
nyc@osen.co.kr
<사진> 플럭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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