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5차전]KS 꿈 앗아간 히메네스의 물집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10.13 22: 16

아무리 공을 잘 던지는 투수도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면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KS) 꿈이 호투하던 '에이스' 켈빌 히메네스(30)의 엄지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며 산산조각 났다.
히메네스는 1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로 등판해 3⅓이닝 동안 4피안타 1사사구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출발은 좋았다. 지난 8일 2차전 7이닝 무실점 때보다 더 좋아 보였다. 주무기인 싱킹 패스트볼는 최고 148km가 나오며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스트라이크 외곽을 관통했다. 볼 끝도 춤을 추듯 심하게 변했다. 덕분에 히메네스는 3회 1사까지 단 20개의 투구수로 땅볼을 유도하는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에 문제가 생겼다. 히메네스는 3회 1사 1루에서 김상수에게 공을 던지다 오른쪽 엄지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이때까지 히메네스는 2회 채태인에게 5구까지 던진 것을 제외하고 8타자 중에서 7명을 3구 이하로 막았다. 하지만 물집이 잡힌 이후부터는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히메네스는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43개의 공을 던졌다. 슬라이더 3개를 제외하고 93%가 직구와 싱커였다. 싱커 비율은 직구보다 확실히 높은 것에 비춰볼 때 싱커 비율은 70%가 넘었다. 싱커는 오른손 엄지, 검지, 그리고 중지를 이용한다. 엄지는 아랫부분 실밥에, 검지와 중지는 평행하게 양쪽 실밥을 모두 잡는다. 공을 던지는 순간 엄지와 검지에 힘을 주며 꾹 눌렀을 때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휘어져 들어가며 가라 앉는다. 그래서 싱킹 패스트볼이라고 부른다.
물집이 잡히면서 히메네스는 엄지 손가락에 힘을 이용해 꾹 눌러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당연히 공은 높게 떴다. 제구도 전혀 잡히지 않았다. 4회말 선두타자 신명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고, 3번 박한이를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2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최형우에게도 연속해서 볼 3개를 던졌다. 4구째 스트라이크를 잡고 5구째 싱커(146km)를 던지다 한 가운데로 몰리며 투런 홈런을 맞았다.
2년 만에 한국시리즈행에 어두운 먹구름이 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히메네스의 호투 속에 3회까지 5-0으로 앞섰던 두산. 이후 구원 투수들의 연속 실점으로 연장 11회 끝에 6-5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투수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것은 도리가 없다. 자신이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만약이라는 것도 없다. 그러나 두산에게는 '히메네스의 오른손 엄지 손가락에 물집만 잡히지 않았다면…'이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맴돌게 하는 밤이 될 듯 싶다. 아니 올 시즌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agassi@osen.co.kr
<사진>대구=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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