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5차전] '명불허전', 히어로즈産 좌완의 투수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10.13 22: 22

이제는 소속팀이 서로 달라 명암이 바뀌었다. 그러나 두 투수가 모두 이적 없이 한 팀에서 뛰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삼성의 6-5 승리로 끝난 플레이오프 5차전 허리 싸움을 빛낸 27살 동갑내기 절친 장원삼(삼성 라이온즈)과 이현승(두산 베어스)의 투수전은 분명 뛰어나면서도 애잔했다.
 
장원삼과 이현승은 13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계투로 등판해 각각 6이닝 1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무실점, 3⅓이닝 1피안타(탈삼진 7개) 무실점하며 제 몫을 해냈다. 2008시즌 마일영(한화)과 함께 히어로즈의 좌완 3인방으로 분투했던 그 투수들이 맞았다.

2006년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 격인 현대에 입단한 장원삼은 그 해 12승을 올리는 등 실력파 좌완으로 명성을 떨쳤다. 깨끗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직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이 맞아떨어지며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에는 4승에 그치며 부진했으나 올 시즌 삼성으로 이적해서는 13승 6패 평균 자책점 3.48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팀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끌었다.
 
입단 동기인 이현승은 현대 시절 좌완 릴리프로 활약하다 2008시즌 선발-계투를 오가며 6승을 수확, 가능성을 비춘 뒤 지난해 13승을 올리며 히어로즈 에이스 노릇을 했다. 뛰어난 제구력으로 타자를 농락하던 이현승 또한 우승을 목표로 2010시즌을 준비하던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으나 올 시즌 3승에 그치며 선발에서 계투로 보직이동했다.
 
올 시즌 활약상에서는 명암이 갈렸으나 13일 만은 달랐다. 물러서면 절벽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불펜 대기한 장원삼은 4-5로 추격한 6회 정현욱의 바통을 이어받아 마운드에 올라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6회말 2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 또한 8회말 2사 1,3루 위기를 맞았으나 조동찬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고비를 스스로 넘었다.
이는 넥센 팬들의 가슴을 애타게 하는 장면이다. 자금 사정이 열악하면서도 선수단 지원에는 최선을 다하던 현대 선수단을 해체 후 창단 형태로 이어받은 히어로즈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주축 선수를 이적 시장에 내놓아야 했다. 이현승을 보내며 두산으로부터 금민철이라는 좌완 유망주를 데려오기는 했지만 팀은 4강 싸움에서 2년 연속 번번이 고배를 들이켜야 했다.
 
플레이오프 최후의 일전 중후반을 투수전으로 장식한 두 실력파 좌완의 호투. 양 팀의 올 시즌 명운을 달고 전개된 이 투수전은 가을잔치의 주변인으로 전락한 전 소속팀의 현실과도 맞물려 더욱 복잡한 심경을 팬들에게 안겼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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